제16대 이윤재 총장을 만나다
지난달 1일(토) 본교 제16대 이윤재 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앞으로 4년간 숭실의 새로운 선장이 될 그는 교수부터 △기획실장 △교무처장 △학생처장을 거친 숭실의 산증인이다. 인터뷰 내 그는 자신의 임기를 ‘더 큰 숭실을 위한 발돋움의 시간’이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Hyper-Innovation’과 ‘Rebooting Soongsil’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접 물었다.
제16대 총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 소감 한마디 부탁드린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책임감이다.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취임 직후 일주일 정도 기쁨을 느꼈지만 이후에는 제 16대 총장으로서의 무게감이 크게 다가왔다. 현재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맡은 바 소임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책임감과 소명감을 더욱 깊이 느끼고 있다. 요즘은 리더쉽과 관련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소통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 총장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까 생각이 들었다.
총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집중하고자 하는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총장 후보자로 등록하면서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본교의 브랜드 가치가 많이 하락했다. 이는 본교 구성원이 공통으로 느끼는 문제다. 대학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교수의 연구‧교육 역량 △ 학생의 학습 역량 △직원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향상시켜 학교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두 번째로 숭실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고히 해야 한다. ‘숭실’하면 IT가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 외에도 △중소기업 △사회복지 △통일 등의 분야가 떠오르지만 현재 산업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 본교도 AI 분야에서 특화할 수 있는 강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씨앗을 뿌려야 앞으로 10년 후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임기가 2029년까지고 다음 총장은 2030년부터 2034년까지다. 이 10년이 숭실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2035년쯤 되면 학령인구가 급감하며 대학의 선발인원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 분야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예를 들면 20여 년 전 본교가 IT 분야에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 그 과실을 수확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소진됐다. 그래서 본인은 ‘AI 혁신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는 워낙 스펙트럼이 넓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로 학사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올해 자유전공학부에 439명의 신입생이 입학했다. 이 제도는 학생에게 좋은 기회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명확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와 시행 착오를 겪으며 더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특정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했을 때 현 재의 학사제도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후보자 시절 학생들이 가장 많이 요구했던 것이 ‘듣고 싶은 강의를 원하는 시기에 듣지 못하는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쿼터제’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금의 2학기제에서는 과목이 연 2회 개설되지만 3학기제로 전환하면 개설 횟수를 늘릴 수 있다. 또한 한 학기에 몰아서 듣고 싶은 과목을 집중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학사제도 개편은 교수와 직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산 시스템과 규정을 모두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려면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의 화합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숭실 구성원들이 너무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도 많고 소송도 많다. 서로를 격려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혁신도 일어난다. 지금처럼 “한 번 잘하나 보자”하는 분위기에서는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응원해 주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함께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우선 과제 네 가지 모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Rebooting Soongsil’을 슬로건을 내걸며 ‘숭실다움’ 을 강조했다. 이윤재 총장이 생각하는 숭실다움이란 무엇인가.
‘숭실다움’이 곧 본교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본교의 정체성은 기독교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기독교 가치관을 어떻게 유지하고 현대 사회에 맞게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의 문제다.
신앙과 학문이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독교 가치관을 잘 살리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지식을 많이 암기하고 축적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지만 이제 AI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인간이 AI를 지식의 양으로 이기긴 어렵다. 마치 삽으로 땅을 파는 인간과 포크레인이 경쟁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가’ 했을 때 진실과 가짜를 구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짜 정보, 논문 조작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에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현대사회에서는 각자도생,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조직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배려하며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가치관이 강조하는 공동애 정신과 연결된다. 본교가 이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교육한다면 오히려 AI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무엇을’ 교육과정에 녹여낼 것 인가 하는 문제다. 단순히 신앙생활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과 기독교 가치관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학 분야에서도 기술과 윤리의 관계를 탐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본교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창적인 교육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본인은 본교 졸업생들이 ‘정직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 왔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을 때 본교 졸업생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성실하지만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오히려 이러한 성실 함과 조직 적응력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숭실다움이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AI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학생 △교수 △산업계 의견을 적극적 으로 반영하며 실질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가려 한다.
본지는 신임 총장 선출을 맞아 △환경미화원 △경비원 △근로자 등 학내 주요 구성원 이외의 구성원들에게 차기 총장에게 요구하는 바를 취재했다. 학생회관 학생 식당을 운영하는 생협 관계자는 학생식당의 누수 문제를 지적하며 시설보수가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후보자 당시 학생식당 품질 개선을 공약한 바 있다. 학생식당 뿐만 아니라 본교 캠퍼스 전반 시설 개·보수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관리처장과 함께 캠퍼스를 둘러보며 개선이 필요한 시설을 직접 확인했다. 특히 학생식당과 도서관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학생식당을 가보니 조명이 어둡고 칙칙했다. 본래 식당으로 설계된 공간이 아니었다 보니 조명도 부족하고 벽 색상도 창고처럼 삭막한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음식먹는 공간은 밝고 깨끗해야 하는데 현재 환경이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층고가 높아 조명만 바꿔서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페인트 색상을 조정하고 인테리어를 개선하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방학 중에 공사를 진행해서 학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학생식당을 단순히 ‘식사 공간’이 아니라 ‘쉼터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바꾸려 한다. 식사뿐 아니라 차를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다. 이미 빵집이 하나 입점했지만 이런 공간이 단순히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
도서관 지하층은 냄새와 습기 문제가 심각하다. 누수 문제도 해결이 필요한데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단순히 방수 공사를 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서달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지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차서 넘치는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보수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관리처에서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종합적인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도서관 6층 마루 열람실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학교 건물 중 20년 이상 된 곳들이 많아 유지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주요 건물들을 순차적으로 보수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웨스트민스터홀과 중앙도서관 5층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하고 내년에는 조만식기념관, 오는 2027년에는 한경직기념관 등의 건물 개·보수 를 계획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에서 대학원생은 다양한 장학금 수혜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연구시설 개방 등 연구 환경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구 환경 개선을 어떻게 이룰 계획인가.
공간 문제는 어느 대학이나 힘든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학교는 연구하고 교육하는 공간이기에 연구와 교육 공간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 △산학협력 △실험실 △복지공간 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신축하거나 기존 공간 활용, 크게 두가지다. 신축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에 기존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그 안에 공간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이번에 공간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서류상으로 보지 말고 직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관리처 직원과 캠퍼스 모든 건물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시간과 상황이 변하면서 공간에 대한 관습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재조정 해야 한다. 공간을 짓는 것은 그 계획을 추진하되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유 공간도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회의실 같은 경우도 요일을 정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이에 더해 공간의 비용에 대한 의식 공유도 필요하다.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때까지는 이 공간도 개혁을 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위해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 총학생회를 통해 들어보니 동아리의 경우 자체적인 평가를 통해 동아리방 사용을 결정한다고 들었다. 이런 부분에서 공간에 대한 활용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같이 공유해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대학 정책이 매년 급변하면서 대학 본부와 학생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 정책의 급변은 본교의 국가 사업 수주 의존율이 높아서라고 판단된다.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본점교가 노력해야 할 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재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번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물론 등록금 인상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학부 등록금을 4.95% 인상하는 데 있어 학생들이 대학 재정 상황을 이해하고 협조해 준 부분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도 있을 텐데, 이 부분은 장학금으로 최대한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립대학의 재원은 크게 등록금과 비등록금 수입으로 나뉜다. 등록금만으로 대학 운영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비등록금 수입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비학위 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비학위 과정을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본교의 경우 글로벌미래교육원이 비학위 과정 운영 핵심 기관인데 코로나 이후 매출이 많이 줄었다. 또한 1년 전에는 성공적이었던 프로그램들이 지금은 경쟁이 심해지면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비학위 과정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총장으로 있는 동안 비학위 과정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논의하고 있으며 특히 성인 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독교 대학으로서 교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도 적극 개척할 예정이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국가 대형 과제를 수주해 학교 재정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다행히 전임 총장께서 교육혁신사업을 많이 수주해 교비 부담 없이 국가 지원금으로 여러 시설을 개선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최대한 국가 사업 수주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고 이를 학교 발전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부금 유치도 중요한 과제다. 기부금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재단과 협력해 법인의 수익사업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등록금 외의 다양한 재원을 확보해야 대학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총장으로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첫째, 브랜드 가치 향상이다. 유사한 말이지만 브랜드의 소위 ‘이름값’은 가치에 대한 신뢰성이다. 맛집은 지리적 약점 등 상관없이 찾아간다. 음식 맛이라는 브랜드 때문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QS평가, 중앙일보 대학 평가의 경우도 유학생 유치에 있어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학술 교류 등의 부분에서도 학교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브랜드 평가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가격이 아무리 싸도 한계가 있듯 상품의 품질이 좋아야 브랜드 가치가 올라오는 것이다. 학교가 상품의 질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연구와 교육이다. 연구 역량과 교육 역량을 높여 학생들 사이의 ‘입소문’을 내야 한다.
둘째, 기독교 가치관에 입각한 인재 양성이다. 본교는 미션스쿨이기에 기독교 가치관에 입각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잘 키워내야 한다.
셋째, 학생의 만족이다. 학생들이 졸업할 때 “4년 전 숭실대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교육자 이윤재로서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교육 철학은 시편 37편 23절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 하시나니”
이 말씀을 교회에서 고등부 교사로 있을 때도 학생들에게 자주 이야기했다. “대학을 선택할 때, 세상이 좋다고 하는 길을 따르지 마라. 그것은 남의 인생이지 네 인생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각자에게 예비된 길과 그 길을 걸어갈 달란트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교육자는 그 달란트를 찾아내도록 돕는 코치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은 자신의 달란트가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찾아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부모와 교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직업으로 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학생들을 상담할 때 항상 이 질문을 던진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냐?”,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
본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스스로의 달란트를 발견하고 그 길을 향해 나아 갈 수 있다면, 그 학생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본인이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이다.
총장 이윤재로서의 경영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서 말한 내용과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총장 혼자, 혹은 보직자 몇 명이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한때 평교수로 있다가 보직을 맡았고 다시 평교수로 돌아간 경험이 있다. 보직을 맡고 있을 때는 열심히 고민하지만 보직에서 내려오면 “그건 총장과 보직자들이 할 일이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총장과 보직자 몇 명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목표를 절반밖에 달성하지 못한다. 모든 구성원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준다면 목표의 80%까지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관자가 아닌 함께 참여하는 숭실 구성원이 됐으면 한다. 사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학교가 변해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총장과 보직자들만의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변화가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경영 방식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천재적인 개인이 탁월한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겠지만 집단지성을 활용해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집단지성을 극대화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후보자 시절에도 강조했지만 가능하면 모든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변화가 쉽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혁신 대학을 만들고 쿼터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다.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불만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변화들이 본교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2008년 교무처장으로 있을 때 학교에 ‘ERP’ 시스템을 도입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대부분의 대학들이 행정망은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ERP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학사 시스템까지 ERP 에 탑재한 대학은 없었다. 학사 제도는 변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입학 △휴학 △복학 △해외 연수 △졸업 학점 변경 등 모든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에 ERP 시스템 안에 학사 업무까지 넣는 것은 너무 위험한 도전이었다.
처음엔 강력히 반대했었다. 하지만 당시 총장 및 보직자는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힘들어진다. ERP의 도입 취지는 결국 학생들에게 더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결국 도입하게 됐다.
그 결과 본인이 교무처장으로 있던 2년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매 학기마다 수강 신청 시스템이 다운됐고 학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수강 신청을 하는 도중 서버가 멈춰 버리니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며 불안해했고, 본인이 사과문을 여러 번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하는 데는 약 3년이 걸렸다. 당시 직원들도 엄청난 고생을 했고 밤새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그 힘든 시기를 거쳐 정착한 지금, ERP 시스템은 아무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당시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미래를 보고 추진했기에 지금의 편리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쿼터제 도입도 비슷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행 초기에는 불만과 혼란이 있겠지만, 이 변화가 정착 하면 미래에는 더 나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믿는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미래 관점에서 함께 고민하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