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earth라는 채널에 영국에 사는 자연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웨일즈 산골에 사는 가족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환상적인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살고 있는 집 또한 놀라운 창의성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예술품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전기와 수도도 없는 오지이다. 물은 자연에서 얻고 전기는 스스로 만들어 최소한의 전기만 쓰고 있다고 했다. 오지라서 더 축복 같은 곳에서 가족들끼리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프로그램이 끝났다면 나의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 이다.

  과거에 수의사였던 어머니, 아버지와 네 명의 아들로 이루어진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에 지구를 포함시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풀들만 우거진 민둥산에 나무를 심고 있었다. 민둥산도 주변경관과 어울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생태계를 고려한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모금을 해서 그 산에 묘목을 심고 있었다. 목표는 12만 그루를 심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족이 이런 대형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실천하다니! 놀라움은 존경심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는 대신 가까운 숲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나무 보호막을 벗기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무를 보호한다고 나무 밑동에 보호막을 씌어 놓았지만 아이들은 이것들이 불필요하고 오히려 나무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이 일을 한 다고 무엇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을 위해 무엇인가 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 왼손에 잘생긴 매를 늘 얹고 다니는 10살 난 막내는 말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자신은 Pyg라는 이름의 매와 노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 가족은 자신들의 안녕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웨일즈 사람들의 안녕, 영국사람들의 안녕, 지구의 안녕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의대를 졸업 후 지구촌을 돌면서 수의사로서 자원봉사를 하고, 에티오피아에서는 20명의 수의사를 길러내고, 지금은 자식을 기르고 나무를 길러 세상을 바꿔나가는 아버지,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고 땅도 그들 가족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어머니, 차가운 강에 뛰어들어 수영도 하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아이들. 이들에 대한 감동은 깨달음으로 귀결됐다. 나는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라는 자각! 이런 사람들 덕분에 나는 아직은 푸르른 지구에서 편안하게 숨을 쉬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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