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2025년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날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고향에서는 눈이 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려웠기에 3월에 눈이 내리는 모습은 살면서 처음 봤다. 그래서 2학년 1학기의 개강은 왜인지 “아 그때 3 월인데 눈 내렸잖아”라는 말과 함께 오랫동 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디선가 어릴 적의 기억은 대부분이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오랫동안 기억되지만, 자라날수록 비슷한 경험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어릴 적 아빠와 함께 세발자전거에서 보조 바퀴를 다 뗀 후 두발자전거를 탔던 순간은 선명하게 기억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의 기억은 희미하게 남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어릴 적에는 뭐든지 다 처음 해보기 때문에 그 특별함이 기억에 남는 것이고 클수록 이미 해봤던 경험들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당장 지난주의 기억을 더듬어도 뭘 먹었고 뭘 했는지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난주에 있었던 특별한 일들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특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는 다시 말해 재밌거나 슬프거나 화가 났던 일 등 평소와는 다른 변화가 있었던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어릴 때와 달리 현재는 비슷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쯤 겪었던 개강은 설렘에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은 개강에 그다지 설레지 않는 것도 개강이 더이상 나에게 특별한,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일상 속의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정해진 루틴대로 사는 편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적응해 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겨 또 다시 그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나에겐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았던 학창 시절에도 일상 속 특별함을 느끼면서 살았다.
야자를 하기 전 학교에서 석식이 나오지만, 외출증을 끊고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온다든가, 금요일에는 야자를 신청하지 않고 집에서 야식을 먹으며 논다든가, 매일 가던 독서실 말고 새로운 독서실을 시도해 본다든가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일상에 변화를 주며 살았다.
외부에 의한 변화는 아마 모두가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본인이 직접 변화를 주며 살아가는 것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변화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매일 가던 길 말고 다른 길로 하교한다 든가,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든가, 새로운 카페를 찾아 그 카페에 대표 메뉴를 시켜 먹어 본다든가 등의 아주 사소한 변화라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개강일에 눈이 왔던 일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개강에 눈이라는 변화가 주어져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이번 학기에는 어떤 변화를 주면서 살아갈지 고민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