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인재.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말이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하나의 것만 을 알기보다는 서로 다른 여러 분야의 것들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본교의 학사 제도도 바뀌어 갔다. 본교는 2024학년도 입학자부터 ‘다전공 이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전공만을 배우기보다는 자신의 전공이 아니어도 흥미있는 과목을 배울 수 있도록 학습 선택권을 높이는 데에 있다.
지난 2023년 4월 본지 보도에 따르면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를 제외한 단과대 중 인문대의 다전공 참여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공대와 IT대의 다전공 참여 비율은 낮았다. 이 지표가 말해 주는 것은 학생이 정말로 융합형 인재를 위해 다전공 이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재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대와 IT대 학생이 융합형 인재를 원하지 않아서 다전공을 하지 않을까? 인문대 학생이 융합형 인재에 대한 열망이 유독 높아서일까?
지난 7일(금) 본지가 본교 재학생 9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학생이 본교에서 시행하는 마이크로디그리와 융합전공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크로디그리와 융합전공은 학점 이수의 부담을 낮추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제도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융합형 인재를 위한 제도들이지만 정작 그 제도에 아래 놓여 있는 학생은 제도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말했던 다전공 참여 비율과 연결돼 더욱 큰 문제를 낳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본교의 다전공 이수 제도에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취업을 위해, 혹은 어른들이 원하는 융합형 인재처럼 ‘보이기’ 위해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복수전공에 비해 부전공을 하는 학생 수가 현저히 적은 것은 그에 대한 반증이다. 복수전공과 비교해 학위가 나오지 않는 부전공은 사회가 원하는 융합형 인재를 위한 테스트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는 하지만 학생이 알지 못하는, 혹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여러 다전공 이수 형태를 정말 학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선 여러 발판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정말 융합형 인재가 되고자 하는 학생조차 다전공 이수 제도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학생들의 입장에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지만 하루 빨리 학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인식 변화다. 단순히 취업을 하기 위해 융합형 인재처럼 보이기 위한 다전공을 넘어서야 한다. 내가 정말로 관심 있어 하는 과목의 수업을 본교의 여러 다전공 체계를 통해 수강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진정한 융합형 인재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더 나은 체계 구축도 따라올 것 이다.
대학(大學)을 한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큰 배움이다. 학교가 학생에게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큰 배움을 주기 위해서 생각의 재고가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