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 이제는 취업 준비를 위한 준비까지 필요하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시대다. 좁아진 취업문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방향을 잃고 있다. 지난 21일(금) 본지는 청년들이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노량진 청년일자리센터(이하 청년일자리센터)’를 직접 찾았다.

청년일자리센터의 공유 공간이다. 동작구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청년일자리센터의 공유 공간이다. 동작구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청년일자리센터

  청년일자리센터는 지난 2019년 동작구가 중소벤처기업부주관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에서 전국 최초로 직업교육특구로 지정되며 문을 열었다.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로 140 지상 2층에 위치한 청년일자리센터는 △취업상담실 △면접 정장 대여실 △ 촬영 스튜디오 △열린 공간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센터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만 19세에서 39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청년일자리센터에 가다

  본교에서 청년일자리센터로 향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본교 정문 앞 정류장에서 △742번 △752번 △040번 버스를 골라 타고 약 20분 만에 노량진역 3번 출구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 도입부터 청년 일자리센터 푯말이 있어 길을 찾는 데 어려움도 없었다.

  청년일자리센터가 위치한 건물 2층에는 △동작구일자리플러스센터 △동작구50플러스센터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 기관 모두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모든 일자리 정보를 총망라한 취업 기관으로서 만 19세 청년부터 50‧60 세대 중장년층의 취업까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23년 5월 동작구가 서울특별시 자치구 최초로 선보인 통합 취업 지원센터의 결과다. 동작구의 취업지원센터는 월 평균 1,200명의 구직자에게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며 취업 지원의 중심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청년일자리센터를 이용해보다

  청년일자리센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은 촬영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는 이력서나 사원증용 증명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본지가 방문한 시간이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진 촬영 예약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서비스 중 하나다.

  AI 모의면접실도 마련돼 있다. AI 모의 면접은 △직업 유형별 면접 연습 △NSC 기반 면접 연습 △외국어 면접 연습 △답변 사례 보고 연습 등 다양한 종류의 면접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면접 응답 과정이 실시간으로 녹화되며 AI 분석을 통해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청년일자리센터 윤승기 직업상담사는 “모의 면접 연습뿐만 아니라 마땅한 면접 장소가 없는 청년들이 면접실 대여를 통해 실제 비대면 면접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본 기자들도 직접 AI 모의 면접을 이용해 봤다. 면접 자체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모범 답안이 제공돼 면접에 대한 기틀을 세울 수 있었다.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계 절에 맞는 △자켓 △블라우스 및 셔츠 △정장 바지 △정장 치마는 물론 구두 사이즈도 230부터 280까지 갖추고 있다. 정장 대여 서비스는 동작구민과 동작구 소재 대학인 본교와 중앙대, 총신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윤 직업상담사는 “사회초년생들이 면접 한 번을 위해 정장을 구매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며 “현재 정장 40벌 정도를 넉넉히 보유하고 있고 4박 5일 동안 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일자리센터에는 여러 명의 취업상담 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청년들의 구직 고민을 듣고 일자리 알선 및 직무 추천을 돕는다. 윤 직업상담사는 “실적을 위해 무조건 취업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직무 만족도를 높이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업 상담은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뒤 이뤄진다. 내담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직업을 추천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다.

본지 기자가 AI 모의면접 체험 중인 모습이다. 원하는 직무 유형의 면접을 선택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본지 기자가 AI 모의면접 체험 중인 모습이다. 원하는 직무 유형의 면접을 선택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청년일자리센터를 이용한 사람들

  청년일자리센터를 방문한 이용자들은 긍정적인 후기를 남겼다. 서울특별시 일자리포털에서 청년일자리센터에 대한 진솔한 사연을 볼 수 있었다. 한 이용자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해 왔는지 잊었고 자신감도 많이 잃은 상태였다’며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경험을 이끌어내 다시 한 번 나아갈 힘을 얻게 됐다’고 남겼다. 이외에도 ‘청년일자리센터 상담을 통해 소중한 정보를 많이 얻었고 정장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면접 준비를 잘할 수 있었다’, ‘담당 직업상담사가 본인 일처럼 도와줘 감사하다’는 후기 등이 작성됐다.

  동작구의 다양한 청년 지원사업

  동작구는 청년일자리센터 외에도 다양한 청년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청년 식비 지원사업 △양녕 청년 공공임대주택 △청년 구직활동 지원사업이 있다. 청년 식비 지원사업은 매월 6만 원씩 9개월에 걸쳐 총 54만 원의 식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금은 동작사랑상품권의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지역 소상공인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윤 직업상담사는 “청년들에 대한 식비 지원도 되고 자영업자들에게도 이득이라 서로 상생하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녕 청년 공공임대 주택은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 청년이라 면 월세 만 원으로 거주할 수 있다. 동작구 산하 출자기관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의 기부금 충당을 통해 가능한 사업이다. 청년 구직활동 지원사업은 청년에게 최대 10만 원의 어학 및 자격증 응시료를 지원하고 자격 증 취득 축하금을 지급하는 복지다.

  청년 취업의 현주소

  지난 15일(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만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 실업자는 26만 9,000명으로 집계 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26만 4,000명과 비교하면 2.0%p 증가한 수치다. 취업 활동조차 하지 않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420만 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5,000명 증가했다. 특히 별다른 활동 없이 쉬고 있는 청년은 50만 4,000명으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은 43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정규교육기관 외에 취업을 위한 학원 또는 기관에 다니는 청년이 11만 8,000명, 그 외 취업 준비 청년 31 만 6,000명이 구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상황도 여유롭지 않다. 취업한 청년 중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은 93만 6,000명에 달했다. 전체 취업 청년 355만 7,000명 중 25%가 주 5일 출근하 는 전일제 근로자가 아닌 단기 근로자인 셈 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의 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화)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이 구직 활동을 중단하는 기간은 평균 22.7개월에 달하고 이들의 77.2%가 이 기간을 불안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활동을 쉬고 있는 사유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 38.1% △교육·자기계발: 35.0% △번아웃: 27.7% △심리적·정신적 문제: 25.0% 순으로 높았다. 응답자의 58.2%가 일을 쉬고 있는 상태에 대해 ‘경제적·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취업 성공을 위해 일반적으로 꼽히는 요소로는 △자격증 취득 △영어 성적 △학점 관리 △인턴 경험 △대외 활동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본교 학생들은 특히 ‘인턴 경험 등 실무 경험’을 취업 성공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다(본지 1352호 ‘숭실인들의 취업인식을 알아보다!’ 기사 참조).

  윤 직업상담사 역시 실무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직업상담사는 “아무래도 대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등 자기만의 취업 경로를 개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업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출 필요성도 제기됐다. 윤 직업상담사는 “더 나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책임이 큰 일을 맡고 실수를 해봐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담한 취업 현실 속에서도 청년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것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3명은 진로 불안과 업무 과중으로 인해 최근 1년간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실태조사는 국무조정실이 한 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됐다.

  이처럼 취업과 관련한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업 준비 기간 동안 무엇보다 건강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 직업상담사는 “취업 준비로 우울해져 집에만 있기보다는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 스트레칭과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며 “한 군데 탈락했다고 지나치게 낙담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제언했다.

면접용 정장을 대여할 수 있는 정장 대여실이다. 다양한 사이즈의 정장과 구두가 마련돼 있으며 탈의실에서 직접 착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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