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일까 지 윤 전 대통령의 퇴진 및 헌법재판소의 빠른 선고를 촉구하는 집회가 매주 진행됐다. 해당 시위는 전통적인 집회 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K-시위문화’로 화제를 모았다.
시위는 지난해 12월 3일(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시민들은 입법부를 지키고자 국회의 사당으로 모였고 이후 시위는 국회부터 광화문, 안국역 등 탄핵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장소를 이동하며 이어졌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부터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시위까지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시위의 역사가 이어져 왔지만 이번 시위는 세대 구성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시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2030세대 여성의 참여다. 서울시 생활인구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토) 대통령 탄핵소추안 첫 번째 표결을 앞두고 열린 집회에서 여의도 생활인구는 37만 3,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20세 이상 29세 이하 여성이 6만 3,000명으로 파악되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집회 현장에서 나타난 문화적 요소의 다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복장과 시위 도구, 깃발 등이 등장했으며 대중가요부터 민중가요을 아우르는 노래로 전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위에 결합한 문화적 다양성의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시위가 특정 세대 혹은 색을 갖고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 이라고 밝혔다.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본교 재학생 A 씨는 “집회가 과격하거나 엄숙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무대에 올라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고 서로 응원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며 “이러한 문화 속에서 갈등이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선결제 문화도 새로운 시위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선결제는 구매자가 집회 현장 근처 음식점 혹은 카페에 일정 금액 및 메뉴를 미리 결제해 놓으면 구매자의 닉네임 혹은 지정 문구로 집회 참여자가 수령해 가는 방식이다. 이는 직접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도 간접적으로 시위에 동참하는 방식이다. A 씨는 “연예인이나 단체에서 선결제한 경우도 있어 지지와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며 “선결제 지도를 통해 품목이나 수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였다”고 밝혔다.
새롭게 자리잡은 이른바 K-시위문화는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포 스트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수만 명의 인파가 국회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으며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의 응원봉을 흔들며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대형 스크린과 크레인 카메라가 설치돼 마치 야외 음악 축제 같았다”며 “집회 참여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