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두고 본교에 따끈한 화두가 던져졌다. 전례 없던 ‘단과대학 신설’이다. 본교는 당장 내년부터 IT대의 일부 학과(부)를 개편한 AI대학을 신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사안은 학생대표자들이 제작한 카드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유됐을 뿐, 대다수 학생들은 사안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급작스러운 변화 앞에 놓이게 됐다.
  현재 본교 IT대에는 7개 학과(부)가 존재하며 약 3,000명의 학부생이 소속돼 있다. 이들에게 있어 AI대학 신설은 단순히 행정 구조 개편을 넘어 전공 정체성, 학위 명칭, 향후 취업 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대한 사안임에도 학생 개개인이 충분히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시간과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AI대학 신설 여부는 IT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1·2차 투표를 거쳐 결정됐다. 2차 투표에서는 총 투표자 1,659명 중 찬성 747표, 반대 741표, 기권 171표가 나왔다. 단 6표 차이의 찬성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특히 지난 1차 투표보다 총 투표자 수가 217명이나 줄었고 기권표는 135표나 늘어난 결과였다. 이는 재투표 당시 AI대학 도입에 대해 찬반을 가르지 못할 정도로 고민하는 학생이 많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1차 투표와 2차 투표 사이 찬성에 손을 든 학생이 늘어난 것보다,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한 학생이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권표는 예외로 두고 고작 6표 우세한 찬성 측이 전체 IT대 학생을 대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AI대학에 대한 논의는 지난달 초부터 약 3주간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그 사이 시험기간이 있었고 관련해서 합의해야 할 사안도 많았다. 물론 이 사안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들이 학생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본부와 학생대표자들 모두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은 ‘왜’ 바뀌는지, ‘어떻게’ 바뀌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뒤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기자는 AI대학 이 성공하길 바란다. 본래 목적대로 발미 래 산업의 중심에 서서 AI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교 육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성공적인 변화는 구성원의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AI대학 신설은 끝이 아닌 시작을 앞두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본교는 학 생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모든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AI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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