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한마디 앞에서 머뭇거린다. 아마 바쁘게 살아가느라 잊고 있었거나 ‘이 정도는 취미라고 부를 수 없지’라며 자신을 검열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취미’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무게와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아닐까. 악기를 연주하거나 사진을 찍고, 제빵을 하거나 드로잉을 해야만 취미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취미는 그렇게 거창할 필요가 없다. 눈 오는 날 유튜브에서 ‘눈 내리는 카페 BGM’을 검색해 듣는 일, 혼자 걷는 길에서 마음에 드는 표지판이나 가게 간판을 슬쩍 사진 찍는 습관, 주말이면 편의점에서 안 먹어본 과자를 하나 골라 보는 것이 모든 것이 충분히 취미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일이 나를 잠시라도 웃게 만들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밴드 음악을 듣는 일이 그렇다.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첫 곡이 시작되는 순간, 나는 잠시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어떤 날은 오아시스의 묵직한 음향에 기대고 어떤 날은 라디오헤드의 몽롱한 멜로디에 조용히 빠져든다. 겉보기엔 단순한 ‘노래 듣기’지만, 내게는 그것이 일상을 버텨내는 힘이다.

  취미는 원래 그런 것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필요도 없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일지 몰라도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단 하나의 도구면 충분하다. 취미는 나에 대한 관심이며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천천히 발견하게 해주는 거울이다. 취미는 남들에게 보 이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철저히 나만을 위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취미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풍경이 안타까운 건 ‘없다’라는 상태 그 자체보다는 ‘즐거워해도 된다’라는 감각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우리는 무언가를 좋 아하고 즐기는 감각을 점점 ‘사치’처럼 느낀다. 하지만 취미란 사치를 부리는 일이 아니 다. 오히려 삶의 균형을 되찾는 방법이며 그 균형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 될 수 있다.

  그러니 꼭 무언가를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멋지고 근사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좋아하면’ 된다. 남들 눈엔 별거 아닌 일일지라도 나에게는 나를 위한 무언가가 돼 줄 수 있다. 결국 취미는 취향의 다른 말이고 취향은 곧 내가 나를 아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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