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부터 본교가 자율전공선택 제 유형2를 도입한다. 이미 시행 중인 유 형1에 이어 본격적인 무전공 선발 확대에 나선 것이다. 유형1이 학과 선택이 자유 로운 구조라면 유형2는 단과대학 내에서 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제한 한 방식이다. 자율전공선택제는 고등학교 때 미처 진로를 정하지 못했거나 다양한 전공을 접해본 뒤 결정하고 싶은 학생에 게는 매우 유의미한 선택지다. 학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제도이지만, 그 이면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첫째, 자율전공제의 확대가 정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제도의 도입이 교육의 본질보다 행정적 성과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 본교는 유형1과 2의 모집 비중을 늘려 가산점을 획득하고 이에 따라 15억 원이 증가한 정부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확보된 15억 원이 학생에게 돌아간다 할지라도 평가 기준이 제도의 정착보다 비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제도의 내실화보다 외형적 성과가 우선시될 가능성을 드러낸다.
둘째, 제도의 확장에 따른 후속 조치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점도 우려스럽다. 본교는 유형2 확대에 따라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산관, 창의관 등의 공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공간 배정만으로 수업의 질과 학생 경험이 보장되기는 어렵다.
자율전공제 학생이 진로를 탐색하고 전공을 결정하는 1·2학년 시기에는 폭넓은 수업 선택과 양질의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에 발맞춘 전공 기초과목의 개설은 물론, 학과 간 격차 없이 다양한 수업이 고르게 이뤄져야 한다. 수요에 따라 개설 전공 수업이 늘어나야 하며 각 전공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학생이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유전공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전문적인 상담과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형1과 유형2의 혼재는 학생 간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동일한 학번이라 해도 제도 유형에 따라 전공 선택 범위와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형2 학생은 동일 단과대학 내에서만 전공을 선택할 수 있지만, 유형1 학생 은 제한 없이 선택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 도 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형평성과 자율 성이 확보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조정해야 한다.
진정한 자율전공제는 전공을 늦게 선택하게 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생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선택 이후에도 학문적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유형1이든 유형2든 형식적 자율이 아닌 실질적 자율이 제도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정책이 성과에 쫓겨 학생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길 바란다. 진짜 자율을 위한 자율전공선택제, 그 이름에 걸맞은 운영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