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시촌의 상징이었던 노량진.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공무원 채용 인원 감소 △전문직 인기 감소가 맞물리며 노량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본지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노량진에서 노량진 일대 △공인중개사 △공무원 시험 준비생 △자영업자 등을 만나 노량진의 변모를 살펴봤다.

  노량진 상권의 역사

  노량진은 1970년대 정부에서 실시한 도심 기능 분산 정책으로 대학 입시 학원가를 형성했다. 이전까지 종로에 위치하던 학원들이 노량진으로 이전하며 대학 입시 학원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학력고사 폐지 및 대학 입시 전형의 변화로 대학 입시 학원이 줄어들고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늘어나며 노량진은 공무원 시험을 위한 곳으로 변모했다. 본지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지난 15일(목) 역시 공무원 시험을 위한 대형 학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노량진 상권의 특징

  노량진 상권은 수십 년간 수험생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본지가 노량진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길게 늘어진 길거리 음식점이다. 특히 노량진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컵밥’은 저렴하면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기가 많아 노량진 컵밥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또한 3천 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고시 식당’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임용 고시 준비생 A 씨는 “정기 식권을 구매하면 고시 식당에서 한 끼를 3천 원 정도에 먹을 수 있어 보통 고시 식당에서 밥을 많이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형 공무원 학원과 학원가 근처의 저렴한 물가가 노량진 상권에서 두드러진다.

  몰락한 노량진 상권

  그러나 최근 노량진 상권의 주거 시설 이용자 및 외식 업체 등이 감소하고 있다. 본지가 노량진 근처 월세 현황을 취재한 결과 노량진 일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4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다. 노량진 공인중개사 B 씨는 “노량진 거주 인구가 많이 줄어 이전에 비해 월세를 10만 원 정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무원 인기가 한창일 때는 원룸 입주자의 90% 정도가 수험생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로 줄었고 오히려 직장인이나 노 량진 근처 대학생 등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고 전했다. 

  원룸에 이어 고시원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노량진1동과 2동 내 고시원 수는 지난 2017년 약 44개에서 2023년 9개로 급감했다. 노량진동에서 고시원을 운영 중인 C 씨는 “옛날에는 고시원 호실 대부분을 수험생으로 채워 공실률이 낮은 편이었지만, 최근엔 직장인 및 취업 준비생 비율이 더 늘고 공실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량진 일대 고시원의 수요가 줄어 월세를 20% 정도 내린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거 시설뿐만 아니라 노량진 근처 외식 업체 역시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량진과 신림 고시촌 내 외식업체는 지난 2015년 1,444개에서 2023년 1,273개로 줄었다. B 씨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하던 과일 가게 역시 얼마 전 폐업했다”며 “노량진 상권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 실감난다”고 덧붙였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B 씨가 언급한 과일가게가 폐업한 모습이다. 골목에서는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B 씨가 언급한 과일가게가 폐업한 모습이다. 골목에서는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본지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노량진 컵밥 거리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평일 낮이었지만 문을 닫은 가게가 대다수였으며 이곳에 있는 손님 역시 많지 않았다. 노량진에서 10년 넘게 컵밥집을 운영하고 있 는 D 씨는 “지난 2015년까지는 수험생으로 붐볐지만, 최근에는 관광객이 주요 손님”이 라고 전했다.

컵밥거리의 모습이다. 평일 낮임에도 약 10개의 매장 중 문을 연 가게가 3개뿐이었다.
컵밥거리의 모습이다. 평일 낮임에도 약 10개의 매장 중 문을 연 가게가 3개뿐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된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노량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7.7%로 지난 2023년 4분기 6.5%보다 11.2%p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서울 전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인 6.3%에 비해 높은 수치다.

  노량진 쇠퇴의 원인

  노량진 상권의 변화는 공무원 채용 인원 및 전문직 인기 감소 등이 맞물리며 일어났다. 인사혁신처 집계에 따르면 9급 공무원 경쟁률은 지난 2016년 53.8:1을 기록한 이후 8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5일(토) 진행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 필기시험 응시율 역시 75.2%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 역시 지난해 5월 기준 13만 1,000명으로 지난 2020년 28만 3,000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이어 지난 2022년 도입된 ‘통합활용정원제’로 인해 지방공무원 선발 인원이 △2021년: 2만 7,195명 △2022년 2만 8,717명 △2023년: 1만 8,819명으로 급감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인터넷 강의의 발달 역시 노량진 상권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공무원 준비생 E 씨는 “인터넷 강의가 잘 마련돼 있어 굳이 노량진에 가서 시험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고 전했다.

  노량진의 미래

  이러한 변화와 함께 현재 노량진은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총 8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며 총 9,000세대 규모의 대규모 주택 단지로 조성될 계획이다. ‘노량진동 만양로12길, 14길 재개발(가칭) 추진위원회’ 관계자 F 씨는 “노량진 일대 재개발이 오랫 동안 정체돼 있다가 최근 노량진뉴타운 사업을 통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 했다.

  동작구는 현재 노량진 일대 지역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작구청 관계자 G 씨는 “지난해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 노량진 용역을 진행했고 현재 국토교통부와 통합 개발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지역 개발로 유동인 구가 증가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수험생이 떠난 자리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외국인주민 총괄 통계에 따르면 고시촌으로 유명한 노량진1동과 대학동에 등록된 90일 이상 체류 한 외국인의 수는 지난해 4,544명으로 지난 2017년의 1,429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시 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노량진에 거주하 는 인구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주변에 재개발 사업 지구가 많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권이 형성되기 어렵다”며 “몇 년이 걸릴지 는 알 수 없지만, 우선 재개발이 마무리돼야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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