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던 나를 살린 건 식물이었어요”

  조용히 말을 꺼낸 장은석 대표는 한때 인디 음악 잡지를 발간하며 공연을 기획하던 문화기획자였다. 그러나 사업 실패 이후 거의 1년간 집에서 식물과 고양이만 돌보며 지냈다.

  “식물들이 주는 위안이 정말 크더라고요. 자연의 존재 자체가 나를 살리는 것이구나 싶었죠. 그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수무(綏 撫)’다. ‘편안히 어루만져 달래다’라 는 뜻의 거의 쓰이지 않는 옛말. 이름처럼 수무는 단순한 조경 회사를 넘어 ‘사람을 어루만지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조경에서 자연과 예술의 융합으로

  “처음엔 진짜 그냥 혼자 시작했 어요. 기획부터 시공까지 다요. 그러다 한 두 명 팀원이 늘었고요”

  장은석 대표는 처음엔 식물과 조경으로만 공간을 구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은 공간 전체로 확장됐고 미디어 아트와 사운드, 인터랙션까지 품게 됐다. ‘녹음 (nogm)’이라는 내부 아티스트 그룹 도 생겼다.

  “요즘은 단순히 예쁘다고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든 전시든 그 안에 감정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러한 방향성은 코로나19 시기 오히려 더욱 명확해졌다. 모든 프로 젝트가 취소되던 시절 그는 예술가들과 전시 작업을 시작했고 이 경험이 ‘자연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수무의 정체성을 만들어 줬다. 그는 “단순한 조경 회사가 아니라 예술적 기획력을 바탕으로 위축된 시장에서도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힘” 이 수무의 생존 전략이라 강조했다.

  디자인 철학은 “Biophilic 설계” 그리고 디마케팅

  현재 수무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도 연 매출 25억 원, 20여 명의 팀으로 성장했다. 주요 고객은 디자 인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클라이언트 △롯데·현대백화점 △아모레퍼 시픽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반복 적으로 수무를 찾는다

  “입찰 경쟁? 가격으론 못 이겨요. 대신 기획과 디자인으로 경쟁하는 거죠”

  장은석 대표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디마케팅”을 철학으로 삼는다.

  “우리는 고객의 돈을 가져가려는 게 아니라 목표를 도와주는 사람들 이에요. 필요 없는 건 ‘하지 마세요’ 라고 말해요. 대신 우리가 맡은 건 확실하게 하죠” 그는 품질 기준을 스스로 정하고 완성도를 위해 시공 완료 후 추가 비용 없이 수정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중 자연’을 상상하다

  장은석 대표는 공간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바라본다. 식물만 있다고 자연이 아니라는 것. 그는 이것을 “다중 자연(multi-nature)”이라 부른다.

  “식물에 △소리 △영상 △감정을 담아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만들 어요”

  수무는 최근 자사 공간을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차 마시기 △새소리 듣기 △식물 회복 클래스 등 웰니스 콘텐츠를 B2C로 확대 중이다. 앞으로 1년 안 에 B2C에서 1억 원 매출을 시도하고 3년 내 20~5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웰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라도 진짜 잘해 보세요”

  “저는 항상 그랬어요. 뭘 하든 하 나만이라도 진짜 잘해 보자”

  마지막으로 장 대표는 대학생들 에게 조언을 남겼다. 하나의 성공 경험은 다른 분야로도 확장된다는 것. 인디 음악에서 조경 그리고 웰니스와 예술로. 그는 끊임없이 경계 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다. 그의 ‘하나 잘하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유망벤처탐방기’ 시리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또 어떤 창업자가 우리를 놀라게 할 까요?

왼쪽부터 박주영 교수, 수무 장은석 대표
왼쪽부터 박주영 교수, 수무 장은석 대표
'forget me not' 포도뮤지엄의 모습이다.
'forget me not' 포도뮤지엄의 모습이다.
'베르테르 가든' 롯데월드타워의 모습이다.
'베르테르 가든' 롯데월드타워의 모습이다.
'비에서 눈으로' 서울식물원 마곡문화관의 모습이다.
'비에서 눈으로' 서울식물원 마곡문화관의 모습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