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본교 슈파크 일대에 들어설 신축 건물의 ‘교육연구시설 신축 설계 및 감리 공모’가 진행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한 업체의 설계가 당선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설계 및 감리 계약까지 체결됐다.
당선안은 슈파크의 공간적 특징을 계승하면서도 화려한 건축 양식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야외 공간이었던 슈파크의 특성이 연상되는 인공 대지 개념과 스카이라운지, 지하 3층부터 지상 7층에 이르는 고층 설계는 본교의 고질적 문제인 공간 부족을 해결하고 동시에 학생들의 기억 속에 자리한 슈파크의 상징성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신축 설계안은 초기부터 비현실적 요소와 과도한 비용 문제로 우려를 낳았다. 인공 대지와 컨벤션 통로와 같은 구조물이 실제 구현 가능성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재정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급한 공간 수요 충족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16대 총장 후보자 종합 토론회에서도 확인됐다. 후보자들은 “과도한 공사비가 예측된다”, “공간 활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체로 설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학교 본부는 기존 설계안의 일부 요소를 수정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조물은 제외하고 학생 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한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실질적 요구를 반영하려는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본교가 학습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설계 변경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과 효율성을 중시한 안을 채택했다면 시간적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례는 대학의 공간 개발이 ‘외관의 상징성’과 ‘실질적 효율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외관은 주목을 끌 수 있지만, 대학 건축은 상업 시설과 달리 학문과 교육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중심에 둬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연구 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웅장한 건물이라 해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슈파크 신축 설계 변경은 향후 캠퍼스 개발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건축 사업은 장기적 플랜을 마련해 효율적 공사가 시행돼야 한다. 더불어 공모전 단계에서부터 외형적 화려함보다 효율성과 활용도를 우선하는 심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멋진 건물을 짓는 것보다,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교육·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