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의 길이가 1미터인 끈이 있다고 해 보자. 이 끈을 땅바닥에 놓았을 때 끈으로 둘러싸인 넓이가 가장 크려면 끈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까? 이 문제는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Dido)가 제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답이 ‘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디도의 문제는 19세기가 돼서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해결됐고 이후 등주부등식이라는 개념으로 폭넓게 일반화되어 많은 수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디도의 문제에서 중요한 전제는 끈의 길이가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적화 문제, 즉 함수의 최대·최소를 구하는 문제는 제약조건(constraint)이 적절히 주어져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컵의 부피를 가장 크게 만드는 문제를 제시하려면 먼저 컵 하나에 필요한 재료의 양을 정해 놓아야 하는 것처럼, 관심의 영역을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문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모습으로 형성되게 마련이다.

  형식의 제약으로부터 뜻밖의 묘미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3장 6구의 형식 및 종장의 음보(3음절+5음절 이상)에 대한 규칙이 뚜렷한 한국의 시조, 5·7·5음절의 형식에 계절의 특성을 담도록 돼 있는 일본의 하이쿠 등이 대표적이다. 영어로 된 시 혹은 노래 가사에 운율(rhyme)을 넣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만 제약조건이 한 번 주어지고 나면 그 이외의 선택은 모두 자유롭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디도의 문제가 수천 년간 풀리지 못할 만큼 어려웠던 이유는 일정한 길이의 끈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양이 무궁무진하게 많기 때문이다. 시조와 하이쿠의 풍부한 세계는 또 어떠한가. 제약조건은 단지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요소에 불과할 뿐 문제의 본질일 수는 없다. 무분별하게 문제를 제약하면, 가령 디도의 문제를 푸는 데 끈의 색깔이나 재질에 대해 논쟁하기 시작하면 필경 잘못된 길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함에도 섣불리 한 측면으로 문제의 원인과 조건을 몰아가면, 나아가 그 편협한 해석을 집단적으로 공유하게 되면 어떠한 비극을 야기하게 되는지 역사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부모를 통해서든, 사회를 통해서든 직간접적으로 마음에 심겨진 통념과 제약이 우리 삶을 어느 지점까지 인도해 왔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사람의 삶이 건강하게 형성되려면 어떤 식으로든 학습된 마음의 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 깊이 자리 잡은 어떤 관념이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solution)하는 데 방해(obstruction)가 되는 불필요한 제약조건일지도 모른다. 제한 시간 내에 신속하게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인 것으로 가르침을 받은 우리들은,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 노력할 뿐 문제 자체를 잘 이해하는 데 너무 시간을 적게 사용하는 면이 있다. 문제라고 여겼던 것이 실상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를 섣불리 해결하려고 뛰어들기 전에,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제거할 편견을 제거하고 세워야 할 기준을 세워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