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출발점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언을 통해 입장을 밝히거나 오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 내 문제를 건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 발언이 필요한 순간에 침묵이 이어진다면 그 공동체는 더 큰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최근 본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학내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을 두고 구성원들의 입장을 취재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좀처럼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등의 본질보다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문제를 피하려는 태도다.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답변을 미루거나 상대 측의 눈치를 보며 상대방이 취재에 응한다면 본인도 답변하겠다는 수동적 태도를 보였다. 갈등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침묵과 조건부 대응이었다.

  대학은 토론과 상호 비판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이는 곧 의견 표명이 대학 구성원의 책무임을 뜻한다. 발언이 없으면 논의는 성립하지 않고 논의가 없으면 결정은 공정성을 잃는다. 변화는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목소리가 부딪히고 그 속에서 합의가 모색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물론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일이다. 발언은 곧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은 책임을 덜어내는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를 외면하는 방관에 가깝다. 침묵은 당장의 불편을 피할 수 있어 보이지만, 결국 학내 구성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공정성을 흔든다.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억측이 난무하게 되는 것도 명확한 입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갈등과 관계없는 제삼자에게는 말을 아끼는 것이 현명한 처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적 사안에서의 침묵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더욱이 대학 언론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집약하고 기록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다. 그러나 발언을 피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사라지고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 역시 제시되지 않는다.

  본 기자는 대학 언론의 주 역할 중 하나가 아카이빙(Archiving)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면 기록할 것도 없다. 대학 언론의 기록은 불편함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더 나은 변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취재원들이 기억해 주길 바란다.

  대학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목소리의 필요를 잊지 않아야 한다.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는다. 그럼에도 대학이라는 공간은 불편한 논쟁을 감내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맞부딪치며 해답을 모색하는 훈련의 장이어야 한다. 작은 갈등마저도 피하려는 태도로는 공동체의 성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변화는 침묵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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