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가 이번 학기부터 교직원과 학생에게 ChatGPT를 공식 제공하기로 했다. 대학 교육 현장에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본래 사유와 토론, 창의적 탐구의 장이다. 여기에 강력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더해진다면 학문적 생산성과 학습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ChatGPT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학문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사고력과 상상력을 마비시키는 의존의 덫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분명하다. 과제 자료를 정리하거나 외국어 논문을 해석하는 데 ChatGPT는 탁월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누구나 동일한 수준의 첨단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교육의 형평성에도 기여한다. 또한 토론 준비, 아이디어 발굴, 프로그래밍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이는 학문적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다.

  그러나 학문은 단순히 결과물을 얻는 과정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시행착오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교육의 본질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ChatGPT를 사용할 때 경험하는 편리함과 신속함은 거부하기 어렵다. 한두 번의 사용이 습관이 될 때 사유, 통찰, 시행착오를 통한 성장이라는 과정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비판적 사고 없이 결과만 받아들이는 습관이 자리 잡는다면 창의력과 상상력은 쉽게 고갈된다. 더 나아가 ‘내가 쓴 글’과 ‘AI가 만들어 준 글’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학문적 정직성은 흔들리고 대학 교육의 신뢰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떠올려 보아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 곧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여러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AI를 잘 다루는 역량은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제공하는 지식을 비판적으로 소화하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어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원하는 융합형 인재의 조건이다.

  ChatGPT는 학생들에게 분명 강력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상상력과 창의력의 퇴화를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ChatGPT나 AI가 이미 일상으로 들어온 이상 ‘사용 여부’가 아닌 ‘사용 방식’이 중요하다. 대학이 해야 할 일은 ChatGPT나 AI가 학문적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미래 사회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 암기자가 아니라, 기술과 상상력을 융합해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는 인재다. ChatGPT나 AI는 절대적 답변자가 아니라 토론 파트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