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제64대 총학생회는 본교와 협의 끝에 성적 평가 방식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은 기존 ‘A등급 30%, A+B등급 70%’에서 ‘A등급 40%, A+B등급 80%’로 상한선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본교가 오랫동안 엄격한 평가 방식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시 학생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오늘날, 대학의 성적은 학생의 진로와 직결된다. 미세한 성적 차이가 합격 여부를 가르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많은 대학이 성적의 상한선을 높이고 세부 등급을 제외시키는 등의 노력을 해 왔다. 엄정한 평가 방식도 필요하지만, 오히려 성적 완화가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일 수 있는 셈이다. 지난 개편 당시 본교도 학생들의 성취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학생의 평가가 곧 대학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개편은 학생과 대학 본부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진 좋은 사례로 남았다.
그러나 2024학년도 전공 성적 분포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학과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평균 성적이 7.1%p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도 했지만, 일부 학과에서는 오히려 A등급 비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편의 취지가 모든 학과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교수의 평가권을 존중해 성적 평가를 의무가 아닌 재량에 맡기는 것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또 수업 방식, 평가 도구, 학과 운영 방식, 학생 참여도 등 다양한 외부 요소가 성적 결과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Engaged Learning이나 절대평가 수업 방식이 많다면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요인이 성적에 개입하면서 학과별 차이가 심화됐다.
결론적으로 동일한 성적 평가 제도 아래 학과별로 성적 분포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학생들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같은 대학에 다니더라도 어떤 학과에 속했느냐에 따라 실제 성취보다 더 낮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면,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성적 평가 완화가 제도의 도입 취지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학과 간 격차를 줄이고 학생의 성취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