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그 이상, 팬덤이 만드는 경기장 밖 이야기

오늘날의 야구장은 형형색색의 유니폼과 다양한 먹거리, 개성 있는 마스코트로 가득한 문화 공간이 됐다. 특히 야구 팬덤의 주류로 부상한 20대 청년은 새로운 응원 문화를 개척하며 KBO가 전성기를 맞이하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어떤 매력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는 것일까. 본지 기자가 직접 야구장을 찾아 그들의 팬덤 문화를 들여다봤다.

인천SSG 랜더스 필드의 모습이다.
인천SSG 랜더스 필드의 모습이다.

  KBO 리그, 달라진 팬덤의 얼굴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국내 최초의 프로 스포츠 리그로 출범했다. 이는 당시 군사 정권에서 국민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돌리고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한 ‘3S 정책’의 일환이었다. 정부는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자 지역별로 팀을 배정해 연고지를 형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팬덤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야구 팬덤 사이에는 지역 감정이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야구 출범 약 40년이 지난 현재, 야구 응원 문화에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 연고지 중심의 응원이 절대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정 선수나 팀의 스타일,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응원팀을 선택하는 팬이 늘고 있다.

  KBO 전성기 이끄는 청년들

  올해 KBO 리그는 누적 관중 2억 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증으로 무관중 경기를 치르며 관객이 절반 넘게 감소한 적도 있지만, 일상이 회복되며 야구장을 찾는 발길이 점차 늘었다. 지난 12일(금) KBO는 “지난 11일(목)까지 정규 시즌 누적 관중 2억 781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 프로스포츠 협회 「2024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야구장을 가장 많이 찾은 연령대는 20대 이하 청년이었다. △30대: 22.8% △40대: 18.6% △50대: 5.0% △60대: 0.6%가 뒤를 이었다. 특히 20대 여성이 5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본교 글로벌통상학과 한주영 겸임교수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야구가 중장년층 남성을 주된 소비자로 뒀다면 최근에는 20‧30대 여성 팬층이 급증하면서 문화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와 팬덤이 구축돼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야구와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 영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내 손 안의 작은 야구장

  관중 평균 연령이 낮아지면서 모바일을 통한 경기 시청도 늘고 있다. 20대의 76.7%, 30대의 70.4%가 모바일로 경기를 시청했다. 이에 따라 구단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활용 비중도 크게 증가해 지난해 기준 76.6%를 기록했다.

  OTT 플랫폼 ‘티빙’은 야구 생중계를 통해 이러한 변화에 기여했다. 지난해 티빙은 KBO와 계약해 경기 영상의 2차 저작물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뉴미디어 중계권을 얻었다. 이를 통해 일반 팬들도 경기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등 콘텐츠 재생산이 늘었다. 각종 매체에서 경기 영상이 공유되며 자연스레 야구를 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티빙 민선홍 콘텐츠 총괄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는 중계 특성상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라며 “팬과 구단 모두에게 경기 영상 활용 제약을 과감하게 풀면서 관람객들이 단순히 야구 콘텐츠의 시청자가 아니라 확산자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팬덤의 외연을 넓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CGV’는 직관을 가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극장에서 야구 경기를 실시간 생중계했다. 지난달 5일(화) 기준 극장 생중계 관람객은 1만 명을 돌파했다.

  체험하는 야구의 등장

  야구장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관중은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구단은 팬들을 위해 △체험형 좌석 △가족 단위 전용 공간 △반려견 동반 행사 등 다양한 관람 환경을 도입해 야구장을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는 수영하며 경기를 볼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이 마련됐고, 수원 KT 위즈파크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는 ‘캠핑 직관’이 가능하다.

LG 트윈스와 헬로키티 캐릭터의 콜라보 티켓이다.
LG 트윈스와 헬로키티 캐릭터의 콜라보 티켓이다.

  헬로키티부터 꿈돌이까지, 굿즈 열풍

  야구 팬 문화는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팬들은 각종 굿즈를 구매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특히 브랜드 및 캐릭터와 콜라보한 굿즈 상품이 인기를 끈다. 지난 5월 16일(금) LG 트윈스는 헬로키티 캐릭터와 협업해 △유니폼 △모자 △야구공 △의류 △봉제 인형 등 70여 종의 상품을 출시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티니핑 캐릭터와 협력해 굿즈를 출시했으며, 지난 5월 5일(월) 어린이날 열린 경기에서 선수들이 해당 유니폼을 착용하기도 했다.

  지난 5월 3일(토) 한화 이글스는 구단 최초로 도시 캐릭터 마스코트 연계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화 이글스는 연고지인 대전광역시 마스코트 ‘꿈돌이’와 함께 “Hello Dreamers!”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꿈돌이 택시 광고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포토존 설치 △구장 주변 아트 월 그래피티 설치 등 대전 도심 전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콜라보가 이뤄졌다.

  이러한 현상은 20‧30대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 KBO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여성은 연평균 약 23만 7천 원, 30대 여성은 약 27만 4천 원을 굿즈 구매에 지출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의 팬들이 응원단장 및 치어리더와 함께 응원하고 있다.
잠실종합운동장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의 팬들이 응원단장 및 치어리더와 함께 응원하고 있다.

  K-응원 문화, 세계가 주목하다

  한국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는 세계 야구 리그와 구분되는 특징을 보여주며 K-스포츠 팬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 내내 이어지는 풀타임 응원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의 미국 메이저리그와 차별화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득점이나 홈런 등 특정 순간에만 환호가 터져 나오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1회 초부터 9회 말까지 경기 내내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중심이 돼 관중이 끊임없이 노래와 율동을 이어간다.

  또한 선수별 응원가를 만들어 사기를 높이는 특징이 있다. 모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해당 선수 전용 응원가가 구장에 울려 퍼지며 관중들은 떼창으로 선수와 팀을 응원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자의 워크업 송이 존재하지만, 이는 선수 개인의 선곡일 뿐 관중이 합창하는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선수별 응원가를 갖고 있지만, 주로 악기 연주와 집단적 박자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떼창 문화를 가진 한국 응원 문화와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체계적 운영이 한국만의 독창성을 더한다. 응원단장이 마이크를 잡고 수천 명의 관중을 지휘하는 모습은 해외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지역 경제 이끄는 야구

  프로야구는 정규 시즌에 수많은 경기가 진행되며 관중을 모아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특히 지방 야구장 주변 상권 매출액이 큰 폭으로 올랐다. KBO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대비 올해 야구장 주변 상권의 평균 매출액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159%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사직야구장: 68% 증가했다.

 

두산 베어스의 마스코트인 철웅이가 경기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두산 베어스의 마스코트인 철웅이가 경기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대학 캠퍼스로 번진 야구

  야구가 청년 문화로 번지며 각 야구단이 대학과 협업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012년부터 ‘키움 히어로즈 여대 특강’을 시작했고, 올해부터 ‘Heroes in Campus’를 운영해 △야구 관련 강연 △홈경기 초청 △현장 이벤트 등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화) 키움 히어로즈는 ‘숭실대학교 DAY’를 지정하고 본교 학생들을 초청해 경기 관람을 할 수 있게 했다. 본교 외에도 △숙명여대 △서강대 △가톨릭대 등 여러 대학이 키움 히어로즈와 협업한 바 있다.

  지방에 연고를 둔 구단은 지역 대학과 협업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대와 함께 지역 사회 공헌 프로그램 및 학내 행사 파트너십을 체결해 △대학 입학 정보 박람회 공동 개최 △야구장 행사 참여 △사회 공헌 프로그램 연계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인천SSG 랜더스 필드에서만 마실 수 있는 스타벅스 한정판 메뉴다.
인천SSG 랜더스 필드에서만 마실 수 있는 스타벅스 한정판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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