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캐릭터, 나만의 콘텐츠로 먹고사는 시대.”

  이 말은 이제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카카오톡 이모티콘 같은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고, 팬덤을 형성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문제는 명확하다. 창작자들이 콘텐츠는 잘 만들지만, 수익화와 사업화에는 서툴다는 점이다. 이 틈을 기회로 보고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핸드허그(HandHug)다.

  2015년 8월 창업한 핸드허그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제품으로 만들고, 유통망을 제공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준홍 대표는 창업을 통해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창업의 시작과 비전

  박 대표는 대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예산을 배분하고 사업을 집행하는 경험을 했다. 그는 “기업가로서 성취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후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며 대기업 조직 구조와 기획 업무를 익힌 뒤 창업의 길을 택했다.

  “기업인이 되는 게 인생의 목표였습니다. 회사 생활은 기초 경험을 쌓는 과정이었고 본격적 커리어는 창업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듯 창업은 인생의 방향성이었다.

  초기 아이템은 콘텐츠 IP 홀더를 위한 비즈니스 솔루션이었다. 콘텐츠는 있지만 수익화 능력이 부족한 창작자들에게 제품 제작과 유통을 대신해주는 구조였다. 박 대표는 반도체 산업의 ‘파운드리 모델’에서 착안했다. 반도체 설계(IP)를 가진 회사와 제조를 맡는 파운드리처럼 창작자와 제작·유통을 나누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초기 비전은 콘텐츠 전반의 파운더리 비즈니스였습니다. 지금은 크리에이터 집단에 집중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창업자의 시험대: 자금과 팀, 그리고 성장

  창업 초기는 자금이 문제다. 박 대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회사 퇴직금과 저축을 합쳐 약 5천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5~6년 동안 돈이 부족했다. 가족과 지인에게 빌려가며 버텨야 했다. “지인과 가족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큰 고비였습니다.”

  핵심 멤버의 이탈도 잦았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멤버의 이탈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감정적으로 상처받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정리하고, 대체 인력을 빨리 찾는 게 중요합니다.”

  핸드허그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SNS 캐릭터 굿즈 등을 활용해 크리에이터 수익화를 지원했다. 2023년 매출은 170억 원까지 치솟았고, 직원 수도 최대 150명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규모는 축소된 상태다. 핸드허그의 가장 큰 전환점은 고객 대상을 ‘IP 홀더’에서 ‘크리에이터’로 바꾼 것이다. 연예인이나 구단 등은 일정 매출이 나면 자체 내재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상은 크리에이터였습니다. 이들이 가진 콘텐츠를 제품화하고, 유통망과 자본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핸드허그는 2016년 시드 2억 원, 2021년 시리즈 A 25억 원, 이후 추가 라운드로 70억 원, 시리즈 B에서 25억 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투자 이후 회사의 방향성과 수익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이는 스타트업이 투자와 성장, 회사의 방향성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새로운 도전: 글로벌과 AI

  박 대표가 꼽은 향후 3~5년 과제는 ‘글로벌 진출’이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생산성과 스토리텔링이 약점인데, AI 툴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AI를 활용해 캐릭터의 스토리를 강화하고 콘텐츠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과 교훈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성과급 지급이었다. “힘든 시기를 지나 성과를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의미였습니다.” 힘들었던 시기는 투자 전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패와 고난을 “과정”이라 말한다.

  박 대표는 기업가정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은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특수한 조직이기에 하나의 인격체이자 구성원으로서 인식해야 합니다. 사람도 그렇듯,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게 기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창업가들에게는 신중함을 강조했다. “창업은 삶의 방식입니다.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박준홍 대표는 “포기하지 않는 버팀”을 장점으로 꼽았다. 수년간의 자금난, 멤버 이탈, 현재의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도 크리에이터 경제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핸드허그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콘텐츠는 창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업화·수익화를 돕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스타트업은 자본과 성장 압박 속에서 흔들릴 수 있지만, 창업자의 철학이 중심을 잡는다.

  셋째, 글로벌 시장에서는 AI와 같은 기술이 크리에이터 경제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창업을 꿈꾸는 본교 학생들에게 박 대표의 여정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신중하되, 버티며, 준비된 도전으로 나아가라.”

왼쪽부터 핸드허그 박준홍 대표, 박주영 교수
왼쪽부터 핸드허그 박준홍 대표, 박주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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