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또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였을 때 느끼는 감정의 출렁임은 동역학에서 말하는 초기 조건의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불안정하고 어색한 상태가 지속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적당한 거리’와 감정의 균형을 찾아간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그 새로운 관계 안에서 일종의 평형점(equilibrium)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형점이라는 것이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어떤 평형점은 안정적이고(stable), 어떤 것은 불안정하다(unstable). 안정적인 평형점은 약간의 교란(perturbation)에도 다시 그 상태로 되돌아온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나 오해 하나가 관계를 살짝 비틀어 놓을 수는 있지만, 관계가 안정적이라면 두 사람은 결국 그 전의 정서적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 오히려 이 작은 진동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정한 평형점은 다르다. 아주 작은 외부 요인에도 관계는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영원히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게 된다. 수학적으로는, 그 상태는 attractor가 아니다. 인간관계로 번역하자면, 신뢰의 기반이 약하거나 감정의 조율이 어렵다면, 작은 충돌 하나로도 관계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궤도를 타게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진동(oscillation)을 반복하는 관계들이다. 때로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도 끈을 놓지 않는 사이들이 있다. 수학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안정적인 한, 그 진동의 폭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고, 결국에는 평형점에 가까워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면서도 서서히 깊어지는 관계, 이것이 바로 감정의 진동을 품은 동역학적 안정성이다.
나는 가끔 수학이 인간관계에 대해 가장 정직하게 말해주는 언어라는 생각을 한다. 수식과 위상, 안정성과 진동—이 모든 것이 우리 일상의 관계와 감정의 구조를 닮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서로에게 작은 perturbation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관계 속 평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의 말과 침묵, 웃음과 오해를 통해 서로의 궤도를 수정해 나가고, 그 끝에서야 비로소 변치 않는 평형점이라는 기적을 완성해 가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