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대학기초연구소지원사업인 G-LAMP(Global-Leading Advanced Research-based Program)는 국내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된 중장기 지원 사업이다. 본교는 올해 처음으로 이 사업에 이름을 올렸는데, 사업에 선정된 그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교는 한국 대학 최초로 컴퓨터 관련 과정을 개설해 온 전통을 이어서 인공지능(AI) 중심 교육·연구 체계를 집중적으로 강화해오고 있다. 이번 G-LAMP 선정에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AI라는 기술적 강점을 넘어, 기초과학 기반의 융합 연구로 전략을 확장하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삼아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본교가 제안한 테마는 ‘AI-바이오 융합 연구’다. AI를 활용한 의료 데이터 분석, 멀티오믹스 기반 진단 알고리즘 개발, AI 전용 하드웨어 구축 등 다학제 연구가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응용을 넘어서 수학·통계·물리 등 자연과학 기반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AI 연구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매우 전략적인 기획이다. 특히 G-LAMP가 ‘기초과학 중심의 국제 공동연구’와 ‘신진 연구자 중심 운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숭실대 자연과학대학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한 연구 분야도 자연과학 외에 공학 등의 분야로까지 확장하여 신진 연구 인력이 학과나 전공 구별 없이 공동연구를 폭넓게 수행할 수 있게끔 한 것도 연구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사업 선정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대규모 국립대나 이공계 특화 대학에 집중됐던 기초과학 대형 사업에서 본교와 같은 중형급의 사립대학도 충분히 전략적으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된다. AI 특성화로 대표되는 숭실대의 정체성에 기초과학이라는 인문·이론적 근거가 결합된다면, 이는 단지 한 대학의 경쟁력 상승을 넘어 국내 고등교육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사업 선정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할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박사 후 연구원(postdoc)과 신임 교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 구성, 학부생·대학원생의 단계적 참여 시스템 등은 연구 성과뿐 아니라 미래 기초과학 인재 생태계 구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AI 및 바이오 분야에서의 글로벌 수요 확대를 감안할 때 본교의 이번 G-LAMP 프로젝트는 향후 세계적 연구기관과의 협력 기반을 다지는 계기도 될 것이다.
기초과학은 단기간의 성과로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기반 위에서만 지속 가능한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이번 G-LAMP 진입은 AI라는 빠른 영역에 기초과학이라는 깊이를 더하는 실험이다. 이러한 전략적 도전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바라며, 교육 당국과 산업계, 학계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