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2부작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제인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이공계 전반에서 중국이 얼마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는지는 네이처 인덱스 등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중국은 기술력이 없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이미 재료과학, AI, 드론, 로봇공학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으며, 이공계 인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자와 공학자는 국가적 영웅으로 대우받고, 성장하는 학생들 역시 그 길을 꿈꿉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지방의 인재는 서울로, 서울의 인재는 해외로 떠납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인재 유출이 네 번째로 높은 국가라는 기사도 접했습니다. R&D 예산은 삭감되고, 정해진 정년 이후의 연구는 보장되지 않아, 한국을 떠난 석학들도 적지 않습니다. 과학자에 대한 인식은 나이, 성별,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돈도 없으면서 이득만 챙기려는 괴짜 집단” 정도로 치부되곤 합니다. 정부는 늘 무언가 시도하긴 하지만, 현장 연구자들은 ‘과연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될 것인가’ 하는 회의감, 정권에 따라 바뀌는 국가 전략에 대한 불신을 오랫동안 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체념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중국이 한국을 앞선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격차는 훨씬 더 빠르게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일은 연구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해 연구를 시작하며 만난 많은 학자들은 현실에 한숨을 쉬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주제에 대한 열정만큼은 결코 식지 않았습니다. 어떤 대화로 시작해도 결국 이야기의 끝은 연구와 논문으로 귀결되곤 했습니다. 연구를 단지 ‘일’로 여기기보다는 진정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았고, 그런 분들이 제도적인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이공계의 미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큰 흐름은 정부와 대학이 만들어가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많은 학자들은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 그것은 앞선 과학자들이 남긴 전통이자, 연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의지입니다. 저 또한 그런 길 위에 서 있고, 다른 이들을 응원함과 동시에, 누가 묻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연구자로 남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