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상 과학자들의 예측과 다르게 지구 평균 온도는 벌써 1.5°C를 넘었다. 2024년 봄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2023년 평균 온도는 처음으로 1.52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었다고 한다. 1.5°C란 산업혁명 시기, 즉 1850년부터 1900년까지 시기의 지구 평균 온도를 기준점으로 할 때, 온난화가 2018년 수준으로 지속한다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도달하리라 예측된 지구 평균 온도를 말한다. 기후의 시간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고, 그러는 동안 특히 1.5도 넘은 첫해인 2023년에 지구에 거주하는 지구 거주인은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집중호우와 산불을 비롯한 극단적인 일기 현상으로 전례가 없는 인명 손실과 생태계 파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지켜봐야 하는 인문학자들의 입장은 매우 절박하다. 이런 상황이 닥쳐오자 다니엘 클로이드와 모니카 스타시악 같은 학자들은 오늘날의 기후변화에 맞서 과학이 시도해야 할 가장 큰 과제와 도전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한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추적하고 발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원인을 조정하고 그 결과를 완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인문학이 취해야 할 태도와 역할은 기후변화 진단과 대처를 위한 데이터를 내놓거나 극복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들에 대한 문제 제기의 역할을 하고, 기후 불평등 발생이나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경계하며, 현재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문화적 상상력을 통해 미래 사회에 대한 다각적인 예측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연과 환경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이미 1960년대 이후부터 중요한 의제였다. 레이첼 카슨은 1962년에 발표한 소설 『침묵의 봄』에서 이 주제에 대해 파격적인 담론을 생성했고, 1970년대 후반에 윌리엄 뤼커트는 문학의 생태학적 차원을 탐구하고 문학 텍스트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고려하는 비판적 접근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많은 인문학자가 인문학 연구에 “사회 생태학”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심층 생태학”의 등장과 더불어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유물론과 교차하며 2000년 환경 인문학으로 진화하며 인류세 문제를 다루어 왔다.

  최근의 기후 인문학은 연구의 범위를 인간 중심의 관심사를 넘어 확장하고 환경을 중심 주제로 삼아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생명 생태학에서 학제 간 연구, 즉 기상학자의 기후 교란, 생물학자의 생물 다양성 상실, 수산학자의 어족 자원 고갈, 곤충학자의 곤충 개체 수 감소와 멸종, 생태 독성학자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여파 등을 연계한 전체의 관측이 필요하듯이, 인문학 내에서의 학문적 소통이 필요하고, 동시에 기후 인문학은 공통의 의제를 향한 소통 가능한 언어를 창조하여 과학, 공학, 경영학, 예술 영역과의 교류를 통해 학제를 뛰어넘는 기후변화 대응 담론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연과학이 환경 문제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사회과학은 정책·경제·제도적 해결책을 탐구한다면, 인문학은 왜 이런 문제가 생기며 인간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존재적·가치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 문명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 어떻게 살아야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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