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은 작업할 때 입는 옷, 즉 일에서 그들을 사고로부터 보호하거나 혹은 더욱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나 1부에 나온 이들의 옷은 그것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오물을 가까이하며 일을 하지만 작업복은 땀을 고이게 하고 움직임을 방해한다.
1부의 내용을 읽으며 그들에게 작업에 맞는 옷이 지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돈 때문이라는 사실에 화가 났다. 하수처리 노동자의 안전화도 소각처리 노동자의 장갑도 마찬가지다. 고작 몇만 원을 아끼기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는 이들은 정작 책상 위에 앉아 노동자들의 옷을 정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화가 났다.
2부는 작업복 내 차별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특히 호텔, 패스트푸드점 여성 직원의 작업복에 관한 얘기를 보며 느꼈던 것은 나조차도 그것이 차별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자는 당연히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어야 한다. 내가 살면서 본 많은 여성 직원들도 그랬겠지만 한 번도 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그러나 작업복이 노동자들의 작업을 더욱 안전하게, 용이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 승무원 역시 마찬가지다. 활동성이 뛰어난 작업복 대신 ‘보기 좋은’ 유니폼을 입고 근무해야 한다. 일부 매체에서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 차림이 성적 대상화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얼마나 노동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작업복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2부를 읽으며 느꼈던 생각 중 하나는 이러한 차별적인 작업복을 규정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 작업복에서 막상 노동자들은 의견을 낼 기회가 없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3부의 내용은 소방관, 급식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소방관과 급식 노동자들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막연하게 알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열악하다는 것을 알았다. 1부와 마찬가지로 소방관들은 사비를 들여 옷을 수선해 입는다. 또한 불을 꺼야 하는데도 물을 먹으면 무거워지는 옷을 입고 사투를 벌인다.
3부를 읽으며, 또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고위직이 입는 옷이라면 이렇게 만들겠어요?’라는 물음이다. 이는 이 책의 모든 부분을 다 포괄하는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에 나온 모든 작업복에 대한 문제의 원인은 그 옷을 입고 일하는 사람과 작업복을 결정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작업복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결정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이것을 해결할 방법도, 이러한 상황이 해결될 수도 없다는 확신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부터라도, 내 안에서라도 시작되는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