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그려진 세계지도는 동양식 세계지도와 서구식 세계지도로 대별된다. 그중 동양식 세계지도는 기본적으로 중화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그려졌는데, 이는 다시 ‘중국 중심의 세계지도’ , ‘사실적 세계지도’ , 그리고 한국적 상상력이 동원된 ‘천하도’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중국 중심의 세계지도는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세계관, 곧 화이관(華夷觀)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지도이고, 사실적 세계지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되 서구의 지리 지식을 수용하여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까지 묘사한 지도이다. 한편 천하도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세계지도로 하늘과 땅, 인간세상을 상상의 세계로 표현한 지도이다.
    이 <천하도>는 조선만의 독특한 상상력이반영된 세계지도이다. 둥근 원 안에 세계를 그렸기 때문에 ‘원형 천하도’라고도 불린다. 원형은 둥근 하늘을 상징한다. 이른바 동양의 전통사상인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천하도>의 구도는 중앙의 내대륙과 내해(內海), 주변의 외대륙과 그 바깥의 외해(外海)로 표현되어 있다. 지상세계의 중심부인 내대륙에 중국이 위치해 있고 조선은 대륙의 일부로 표현되어 있다. 내해의 주변에는 ‘일본국’ , ‘유구국’ 등과 같이 실제 나라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가상의 지명으로 표기하였다. 이 지도의 또 다른 특징은 중국을 원 안에 크게 강조하여 표기한 반면 나머지 중국 주변의 나라는 사각형 안에 표기한 데에 있다. 기호를 통해서도 중국과 조선, 기타 나라와의 위계관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구도와 기호를 통해 중국이 중화(中華), 조선이 소중화(小中華), 기타 나라는 이국(夷國), 곧 오랑캐 나라라는 화이관을 엿볼 수 있다.
     이 지도는 우리 조상들이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거나 또는 상상한 세계를 원형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직접적 체험 공간인 중국을 중심에 두고 기타 주변부는 상상속의 천계(天界)로만 인식하여 표현함으로써 유교적, 도교적 세계관이 공존하는 상황을 잘 보여주는 지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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