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4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최대 규모의 강제 수용소다. 이 책의 저자인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수용소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자신이 목격한 일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은 프리모 레비에게 어떻게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수용소의 굴욕과 부도덕한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인간으로 살아남겠다는 의지와 자신이 경험한 일을 수용소 바깥의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존의 원동력이었다고 답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거나 다른 인간에게 당해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해 증언하겠다는 굳은 마음이 그의 삶을 연장시켰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자신이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 곳이다. 유대인들은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이유 없이 맞고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 채 죄수 번호로 불리게 된다. 유대인들은 ‘몇 명’이 아닌 ‘몇 개’로 불리며 그동안 지켜온 인간의 교양과 양심이 수용소에서는 생존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정신 활동에 불과한 것을 깨닫는다. 동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받기 위해 굴욕을 감내하고, 죽음의 가스실로 간 동료 앞에서 자신의 상황에 안도하는 기도를 올리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인간성을 증명할 수 있는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인간의 엄밀한 사유를 거쳐 논리적 판단에 의해 생성된 인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사유가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는 것을 프리모 레비는 지적한다. 인간을 살아 있는 배고픔 자체로 만들어버리는 이 비극적인 곳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유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이 책은 인간을 강력하게 고발하는 동시에 희망을 끝내 잃지 않은 프리모 레비의 철학을 충실히 담고 있다.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성찰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기에, 특히 오늘날의 상황에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