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 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언론중재법)’이 오늘 30일(월)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해당 본회의는 논란이 된 법안의 적용 범위 및 실효성에 따른 문제로 한 차례 연기된 것이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 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회 내에서도 언론중재법 중 △허위·조작 보도 특칙 △허위·조작 보도 정의 △손해배상 △열람 차단 청구 요건 등의 조항에 대해 시각차를 보였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제’이다. 언론중재법 30조는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법무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한 ‘상법일부개정법률안’을 예고한 바 있다(본지 1257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언론 책임 확대하는 계기되나’ 기사 참조). 해당 법안은 가해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손해 배상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대상에 언론사를 포함했다. 이로 인해 언론계의 반발을 사며 논란이 일었다.

  연장선인 이번 언론중재법에서도 추상적인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고의 또는 중과실’의 추정 조항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통해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할 경우 △기사와 다르게 제목·시각 자료를 조합해 내용을 왜곡한 경우이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명시된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재판부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지난 25일(목) 논란이 됐던 조항들이 일부 수정됐다.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라는 내용이 삭제되고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에서 ‘피해를 가중시키는’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그러나 허위·조작 보도의 범위와 충분한 검증 절차 등의 개념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여전하다. 언론중재법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등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경우 해당 정의가 모호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성순 변호사는 “이러한 추정 조항 자체를 없애고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대로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중처벌의 소지가 있다는 법조계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는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법 제309조에 따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등으로 처벌해왔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가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평가되는 많은 형사 처벌 제도가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 법 체계상 매우 예외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언론중재법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최초 의혹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권력 비리를 파헤치는 탐사 보도의 경우, 의혹 제기로 시작되기 때문에 언론중재법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면 자유로운 취재가 위축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훈 변호사는 “언론중재법으로 권력 비리 보도가 원천 차단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 수단으로 꼽히는 유튜브 등의 1인 미디어나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전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팩트체크 센터 정은령 센터장은 “가짜뉴스의 상당수가 언론이 아닌 유튜브 및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성되는데, 이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진실된 보도를 하는 언론을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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