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90년대 초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으로 고립된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던 대한민국과 북한이 내전 상황에 처하며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했던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00%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는 90년대 소말리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낸 듯한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호평 요인 중 하나는 남북 관계라는 진부한 소재를 절절한 신파로 포장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소말리아의 상황이 단
오정연의 「마지막 로그」(『단어가 내려온다』, 허블, 2021)는 2078년이 배경인 소위 SF(science fiction)입니다. SF란 일상적인 시공간을 벗어나 여러 비현실적인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하여 그린 소설을 말하지요. 인간의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여 감히 신에게까지 도전하게 된 근대의 산물입니다. SF는 타임머신, 외계인, 우주여행, 인조인간 등의 주제를 다루며, 대표적인 고전으로는 J.베른의 『해저 2만리』나 H.G.웰스의 『타임머신』, 『우주전쟁』 등을 들 수 있지요. 서구에서는 상당히 인기를 끄는 장르임에도 한
한때, ‘호모사피엔스’ 또는 ‘경제적 동물’로 비유되기도 했던 ‘일본인은 경제에 대해 어떤 정신적인 신념과 이념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담론은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관심사였다. 필자는 평소에 한국과 가장 인접해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오늘날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 대국이 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인은 한국인과 같은 동양인인데, 과연 비범하고 특별한 존재일까? 한국인과 일본인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등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궁금증을 푸는 실마리를 찾고자 오랜 기간에 걸쳐 전
창업은 우리가 흔히 자영업이라고 일컫는 생계형 창업과 스타트업 창업으로 불리는 기회추구형 창업이 있다. 생계형 창업과 스타트업 창업은 절차나 필요한 지식이 서로 상당히 다르다. 정부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은 스타트업에 몰려 있기에 스타트업 창업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스타트업 창업을 얘기하기 전에 스타트업에 대한 용어정의부터 하고 들어가자. 스타트업은 신생벤처기업을 일컫는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은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은 실존 인물이었던 독립운동가 박열의 일대기를 다룬다. 1919년 일본으로 가 무정부주의 운동을 하고, 비밀결사 단체인 흑도회를 조직한 박열은 천황 암살을 실행하려던 중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22년 2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옥살이를 치른 인물이다.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이자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인 ‘박열’의 전기가 스크린으로 옮겨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의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그러하듯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배경과 사명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920년대를
허수경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독일 뮌스터에서 사망했다. 이 책의 초록빛 띠지를 걷어내니 장정 전체를 단일하게 물들인 감색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제목의 글씨는 시카고 타이프라이터 폰트 느낌으로 처리되어 있다. 제목 밑에는 세로 행으로 ‘허수경 유고 산문’이라는 글씨가 흐릿한 보랏빛으로 심어져 있다. 가로 행만큼, 세로 행으로도 쓸 수 있는 한글이 어느 제삿날의 위패처럼 단아하다. 장정은 머메이드(mermaid) 종이류를 사용했다. 종이 질감이 인어의 비늘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껍게 처리된 머메이드 종이는 빛을
삶이 갑자기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너무나 익숙하게 여겼던 누군가가 갑자기 낯설어질 때도, 그러한 순간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장류진의 「도쿄의 마야」(『릿터』, 2020년 2·3월 호)는 내가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지인(知人)이, 사실은 나와 무관한 미지(未知)의 타인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두려운 순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서준경은 결혼 후 처음 맞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러 도쿄 여행을 갑니다. 준경은 도쿄에 간 김에 대학생활을 함께 한 재일교포 안경구를 만나는데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려던 여행은, 곧 대학시
필자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학연수를 위해 또는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을 위해서 휴학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나는 휴학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 정말 휴학해서 인생 경험을 하고 싶다면 창업을 한번 해 보는 건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다. 창업을 해 봄으로써 사회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수한 난관에 부딪히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쌓아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한다는 것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같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골드러시(Gold Rush)는 1848년 미국의 새크라멘토에서 금이 발견되자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을 말합니다. 금을 찾아온 이들 중에는 간혹 금을 찾아 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빈털터리로 남았습니다. 오히려 금을 찾아 부자가 된 사람보다는 이들에게 청바지를 팔아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서수진의 「골드러시」(『현대문학』, 2021년 1월호)는 “빛나는 순간”(gold)을 찾아 캘리포니아가 아닌 적도 아래의 호주까지 간 진우와 서인의 이야기입니다. 호주는 한국인들이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일자리 부족 문제의 해법을 창업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성장에 기여했던 대기업 중심의 추격형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서서히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새로운 성장과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창업 활성화와 강한 중소기업의 육성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별로 없다. 최근의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창업은 양적으로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창업 성공률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
2010년 이후 급등한 부동산 가격,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증대를 비롯한 고용의 불안정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임금 및 자산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대시켰다. 불평등 상황에 대한 이러한 우려는 특히 한 세대의 자원이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계급 재생산의 문제와 맞물려 수저계급론에 대한 대중적 공감이 커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가? 또 그것은 과거에 비해 오늘날 더욱 심화되었는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불평등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사회학자 이철승의 노작
필감성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은 ‘배우 황정민을 연기하는 황정민’이라는 번뜩이는 발상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거기다 ‘납치극’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 추가되며 무성한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 은 모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하며 자칫 영화 속의 영화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영리하게 극복해 나간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획을 그어 나가고 있는 배우 황정민의 발자취를 담아낸다. 이렇게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질 즈음,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배우 황정민이 괴한에게 납치
마흔 살의 영화 프로듀서 이찬실(강말금)은 갑작스럽게 직업을 잃는다. 함께 작업하던 감독(서상원)이 회식 자리에서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주의 작품만을 연출했던지라 찬실은 일감마저 잃는다. 오로지 영화에 매진하느라 연애도 결혼도 하지 못했고, 돈도 모으지 못한 찬실은 그렇게 영화에게까지 이별 선고를 당한다. 하루아침에 찬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가 된다. 이후 달동네로 이사하게 된 찬실은 친하게 지내던 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살아간다. 모든 것이 비워진 찬실의 삶은 남은 것이 하나도 없기
일본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국인 교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과반수의 대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제대로 수업을 듣지 않고 딴전을 피우며 우리 학생들처럼 학점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로 기업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어떻게 하든 졸업만 하면 기업에서 모셔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과 [표]의 대졸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50대의 총인구 대비 연령대별 인구비중을 보자. 한국의 비중은 일본보다 무려 11%나 초과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객관식 문제이다. [①20% ②40% ③60%]의 세 보기에서 선택하면 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3지선다 13문항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질문들의 평균 정답률은 16%이다. 찍어도 33%가 나올 수 있는 3지선다 문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심각한 수준이다. 인간은 주관적이다. 최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려해도 결국 주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나 정도면 객관적인 사람이지’라고 자부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러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
고향은 스스로 떠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할 수 없이 떠나는 것일까요? 고향을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는 마음에 저 멀리 캐나다의 벤쿠버까지 간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통영」(강, 2021)의 현택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현택은 지금 수십년 만에 자신의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이런 귀향형 소설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세기 우리는 식민지, 분단, 전쟁, 산업화 등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변화를 헤쳐 왔으니까요. 이 격랑 속에서 온전히 고향을 지키며
오래전 정주영 창업론 수강 학생들과 현대자동차 견학을 갔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부지는 매우 넓어서 버스를 타고 제1공장과 제2공장 순으로 투어를 하는데, 공장 별로 승용차 조립생산 능력이 연간 25만 대 내외였다. 그렇다면 현재 현대자동차의 연 생산 대수는 얼마나 될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현대차의 판매 대수는 450만 대에 육박했다. 따라서 이러한 판매 대수를 맞추려면 얼추 잡아도 생산공장이 20개는 있어야 할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공장은 모두 20개로 국내 9개, 해외 11개이다. 수년 전
구로공단을 아십니까? 구로공단은 산업화 시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단지대였습니다. 어린 여공들이 가발을 만들고, 옷감을 만들어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던 곳이지요. 동시에 야근과 저임금, 그리고 벌집으로 상징되는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대표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이름부터 구로디지털단지라는 매끈한 모양새로 바뀌었고, 수많은 고층 건물이 가득한 최첨단 산업의 메카로 변신하였습니다. 얼핏 보아서는 산업화 시절의 아픔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랬던 것인데 지금 한 작가가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여전히 그곳
2014년 겨울. 하룻밤 사이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다. 매일 밥값은 만원, 새치 치료 한약 값이 또 만원, 위스키 글라스는 만 이천 원에 난방도 되지 않는 좁디좁은 원룸의 월세마저 5만원이 인상된다. 일 4만 5천원을 받는 3년차 가사 도우미 미소(이솜)의 가계부에는 그렇게 빨간 불이 들어온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미소가 선택한 것은 ‘집’을 버리는 것이다. 미소는 자신의 오늘에 즐거움을 주는 담배와 위스키 다시 말해, 집 대신 ‘생각’과 ‘취향’을 선택한다. 물론 추운 겨울을 거리에서 보낼
동서양 비교철학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는 양승권 교수의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를 만났다. 장자와 니체를 하나의 틀에 놓고 비교하기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무릇 진리는 비교를 통해 탐구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동서양을 관통하는 철학의 세계는 우리에게 늘 어렵게 다가온다. Covid-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변화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만남으로 시작되는 대면의 세상에서 디지털을 통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다. 세상의 공간이 좁아지듯이 문화와 문화 사이 사고의 벽도 낮아지고 있을까. 보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