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시계는 숨 고를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 결과 △2021년 교육기본통계(이하 교육통계) △8월 대학정보공시가 모두 단 2주 사 이에 발표됐다. 각 대학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숫자들’로 각자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각 대학은 세 가지의 질문에 멈춰선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현실에 살고 있나. 지금 우리는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겹도록 지적돼왔던 문제이다. 지난 1994년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교육개혁위원회는 지난
지난달 17일(화)에 발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 결과가 지난 3일(금) 최종 확정되었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에서 탈락한 52개 대학은 여전히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며 교육부의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해당 대학들의 재학생들은 취업 시 불이익을 당할까 전정긍긍하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 대학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금)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교육부의 평가방식은 대학의 자율성을 없애고 교육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방식의 평가에 무용론을 외치며 즉각 폐기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일부 대학의
“여러분! 공부가 많이 힘들지요?” 제가 이렇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고 보니 아마 여러분 중에는 “지금 누구 약 올리는 건가?” 하고 언짢아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지금 저는 이 공부에 대한 이야기부터 좀 해볼까 합니다. 공부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의 영역입니다. 인류의 문명은 어쩌면 이처럼 ‘새롭고 신기한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지식과 미지의 세계를 배우고 알다 보면 우리의 호기심은 나날이 커가고, 그 호기심은 다시 또 다른 지식과 세계를 발견하고
2000년대 중반, ‘Ubiquity of Internet Access’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 개념은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사실 과거로부터 꾸준히 발전돼 온 결과다. 예를 들어 몽고메리와드는 60년대 중반에 ‘우편 주문서비스’ 라는 유통구조를 모색함으로써 발전한 대표적인 온라인 소매업체이다. 이들은 미국 전역을 마치 거미줄처럼 관통하는 철도망과 수신자 부담의 전화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는 지금의 온라인 유통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또한 1972년에 도입된 프로토콜 TCP/ IP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터넷 통신 기술
지난 5월 22일(토),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군 부사관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후 정부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사법개혁과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군대 내 성추행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해군에서 여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사실과 2차 피해를 호소하다 지난 12일(목)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지난 24일(화) 육군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 또한 발표됐다. 공군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이제는 집단이 무너지고 개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한국은 특히 집단주의 심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농경사회에서 조화로운 공동체의 유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화된 미디어가 널리 이용되고 있고, 개인의 자기계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는 개인화 시대의 도래를 암시한다. 개인화란, 근대성의 결과인 산업사회의 제도화된 삶의 방식들이 해체되고 유동화 되면서 개인들이 계급적 집단과 가족의 성 역할에서 풀려나 자기의 삶을 기획하며 살도록 강제되는 현대사회의 구조 변동을 지칭한다. 개인
이른바 ‘대학 살생부’라 불리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시기였던 지난여름, 대학가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지난 2018년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A 대학의 총장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개혁을 시행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던 선례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3년 뒤인 지난 17일(화)에 발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로 인해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고, 그 파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미선정된 B 대학에서는 과잠시위도 이어졌다. 해당 대학 학생들은 교육부에 항의하기 위해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부터 과잠을 보
본교의 2학기 수업은 첫 5주 동안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20학번 대상 수업은 대면 수업을 권장했었지만 최근 급격히 악화된 신종 코로나19 감염증 4차 유행으로 인해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원래의 방침을 접고 부득이하게 비대면 개강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5주 후의 수업 진행은 코로나19 사태의 경과를 지켜본 후 결정한다고 하지만 지금 상태가 지속되어 확진자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한 자칫 2학기도 내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비대면 수업 진행에 따른
“마스크 쓰셨나요?” 수진은 역무원의 질문에 여러 생각을 한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역무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역무원. 그는 왜, 물었을까. 『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수진이 지하철을 타며 하는 생각들을 풀어낸 소설이다. 평온한 지하철과 달리 수진은 지하철이 전쟁터인 것처럼 행동한다. 남자는 수진을 쳐다 본다. 수진은 도망치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지금, 가면, 죽는다. 수진의 태도를 마냥 부조리한 말이라고 넘겨짚을 수 없다. 당연했다. 수진은 사회적 약자의 취급을 받고, 어 떤 일이든 우선순위가 되는 여성이기
이 구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용비어천가』 2장 원문이다. 현대어로는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않고 솟아나므로, 냇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니.”이다. 비유적으로 쓰인 ‘불휘’와 ‘ᄉᆡᆷ’, 즉 뿌리와 샘을 추상화한 표현은 ‘본원(本源)’이다. 그 본원을 찾는 행위는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일이며 미래로 가기 위한 발판이기에 의미가 있다. 우리 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시리즈 도서로 ‘불휘총서’가 있다. 숭실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기획하에
본교와 미환은 1998년부터 ‘임의의 상대방을 선택해 맺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본교의 수의계약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어긴 명백한 위법행위이다(본지 1256호 ‘교육부, 본교와 미환 간의 수의계약은 법률 위반’ 기사 참조). 이러한 사실이 공론화되지 못한 채 20년이 넘게 흘렀다. 마침내 지난해 7월 교육부가 조사를 통해 수의계약을 인정하면서 계약 연장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본교는 지난 2월 ‘새로 부임한 장범식 총장 인수위원회가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목) 본교는 ‘2021-2학기 대면 수업 운영 방식 변경 안내’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본교는 오는 2학기 개강 후 5주 간 비대면 수업을 운영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제한적으로 2학년 전공과목에 한해 대면 수업을 권장했다. 이에 대해 본교 학사팀 윤홍준 팀원은 “최소한으로 허용되는 교류 수준을 2학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다”며 “5주 차 이후 계획은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학년 전공과목의 수업 운영 방식에 대한 설명은 부재했다. 학생대표들조차 학교 본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문득 “아! 내가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분단국가에서 태어나 자라고 50대 후반에 이르면서 유럽에 갈 때는 당연히 비행기를 타는 것이, 마치 라면에 김밥을 먹으면 맛있다는 생각처럼, 익숙해져 있다. 숭실대입구 전철역에서 시작하여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것은 낯설고 다른 나라에서나 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통일되면 기차로 유럽까지 가는 것이 가능하고 교통수단을 비행기와 기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경계선을 넘어가고 넘어오고
다이애나 밴드의 ‘돌 깨는 잠, 숨 짓는 숲’ 공연을 보았다. 공연에서 사물들은 각각 다른 움직임으로 다른 소리를 냈다. 한 점을 중심으로 수직으로 서 있는 손가락 하나 크기의 철사가 빙글빙글 돌아 끝에 달린 작은 사물이 바닥에 끌리면서 나는 소리, 노란 플라스틱 깔때기 안쪽에 공이 구르면서 깔때기가 좌우로 흔들리며 나는 소리, 작고 단단한 물체가 원형으로 돌아 주위에 배치된 여러 유리병을 치고 가며 나는 소리, 공중에 매달린 채 아주 천천히 공간 바닥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공의 소리들은 서로 다른 호흡을 가지고 있었다. 사물들이 여
지난 2019년 7월 13일(토) 본교 ‘Soongsil AFKN Listening Club’ 동아리 회원 故 유윤상, 故 최영화 학생이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 위치한 덕산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전까지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인명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본교의 추가적인 예방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떠난 두 학생에게 애도를 표하거나, 본교 학생들에게 안전교육 시수를 늘리고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등의 사후 대책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내막은 이와 전혀 달
이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착한 기업이 사랑받는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진정성 있는 기업에 더 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리점 갑질, 허위 광고 등 수 차례 논란이 인 남양유업이 고객으로부터 싸늘히 외면받는 것을 봐도 진정성 있는 기업을 찾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는 ESG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환경(E) △사회공헌(S) △투명한 지배구조(G) 등의 비재무적 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 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만들고 ESG 경영
“내 꿈을 팝니다. 사주세요.” Caveat Emptor. 예전에는 종종 꿈을 꾸면 그 꿈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다가 좋은 꿈이라 생 각하는 사람이 꿈을 꾼 사람으로부터 그 꿈을 사기도 했다. 이제는 그 꿈을 동전(coin, token)으로 만들어 팔기도 하고,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발행(mint)하기도 하며,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부(blockchain)에 적어 공개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 동전을 ‘꿈동전’이라고 부른다. 이런 ‘꿈동전’이 현 시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10,111가지(coinmarket
지난 20일 교육부는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피면 자율혁신에 기반한 적정 규모화 추진, 부실 대학 퇴출,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지역 내 대학·일반대학-전문대학의 개방·공유·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이라는 3대 정책이다. 이 중 많은 대학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적정 규모화 방안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들이 자율혁신계획을 수립하여 연구 중심, 특성화, 고등평생교육 기관으로 전환 등에서 한 분야를 선택하여 그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자율화 방
지금처럼 대학이 생존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위기의 파고가 계속 높아지는 이 시점이야말로 대학들로서는 냉철하게 앞날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순간이다. 대학은 학생들 없이 존속할 수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얼마나 들어오는가가 그 대학의 경쟁력이다. 각 대학마다 입시결과에 따라 매년 일희일비를 거듭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학마다 학생들의 탈락을 방지하고 대학 진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방안을 제시하며, 본교를 비롯해 대다수 대학은 전과 허용, 다전공제도 도입 등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등 학생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스물 몇 번째 봄을 맞이한 2월, 나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멀리서 보면 꽃을 세심히 관찰하는 일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가까이서 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강박사고와 그로 인한 끊임없는 죄책감으로 소용돌이 치는 날 선 통증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엄마는 일주일에 두세 번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지하철을 타고 병문안을 왔다. 원칙상 병실에 보호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 억지로 휴게 공간으로 나와야 했다. 그 순간 채광창으로 쏟아지는 햇빛과 열린 창으로 너울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