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인공인 ‘핍’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간다. 고아 출신의 낮은 신분에서 뜻밖의 사건으로 인한 신분상승으로 런던에서 신사수업을 받지만 결국 모든 유산을 잃고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일대기를 겪으면서 핍은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지만 겉만 치장된 사실상 거짓 신분으로 살아갔었고 결국 거짓된 모습을 잃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핍의 인생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 우리는 책의 제목 ‘위대한 유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위대한 유산’이란 무엇일까? 어린 시절 핍에게 물어본다면 핍은 많은 돈과 높은 지위, 명예를 답할 것이다. 한 마디로 어린 시절의 핍은 ‘성공’을 바라고 있었다. 핍
이 책은 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글로 접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한 시골 마을에 사는 베넷 가엔 조용하고 진중한 성격의 첫째 ‘제인’, 활발하지만 지혜로운 둘째 ‘엘리자베스’, 그리고 3명의 동생들이 있다. 어느 날 그 옆 마을에 신분이 높은 부자인 ‘빙리’와 그 친구 ‘다아시’가 이사 온다. 첫째 언니 제인과 빙리는 사랑에 빠진다. 한편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경멸하는 듯한 말을 하게 되고, 이에 엘리자베스는 그런 말을 한 다아시를 매우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아시가 그녀와 그 가족을 알아갈수록, 그리고 엘리자베스도 그를 좀 더 알아갈수록 자신의 생각이 오만에서 비롯된 편견임을 깨닫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선 오만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인류는 늘 의문을 가졌기에 더욱 나은 삶을 찾아 나설 수 있었다. 누군가는 로봇 시대가 언젠가 우리를 산불처럼 뜨겁게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의 중심에는 늘, 우리 인간이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우리 엄마, 아빠 세대에는 서로 연락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번호를 직접 외워서 다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번호를 직접 외우는 일은, 그들을 향한 애정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은 핸드폰이 다 기억해주니 그럴 필요가 없다. 번호를
황정은의 소설을 읽은 지가 꽤나 오래되었다. 2016년 말에 출간되었음에도 최근에서야 읽게 된 소설 ‘아무도 아닌’은, 내용과 무척이나 걸맞는 표지를 가지고 있었다. 회색으로 칠해진 소설 표지는 예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의 분위기도 그랬다. 어쩐지 눈앞에 뿌옇게 안개가 낀 듯 흐릿하고, 그렇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그 흐린 시야에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단편 속 화자들은 뿌연 시야 속을 헤매며 혼자 생각하고, 답을 찾으려 한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게 정말 정답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황정은의 소설을 읽다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념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이념이라는 것은 그만큼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념의 대립은 현실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이념의 대립은 해소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판문점은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작중에서 주인공 ‘진수’는 기자 신분을 빌려 판문점으로 가게 된다. 작가는 그를 통해 남북의 대립이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냉철하고 사실적으로 지적해내며 대립의 당사자들인 남북 양측 모두를 비판한다. 또한 작가는 이념 대립이 매우 소모적이라는 것을 밝히고 이제는 그러한 대치 구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진수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람들이란 참 묘
개강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수업들이 내 숨을 조여온다. ‘수강신청을 성공했는데 주5일 1교시라니……’ 통학을 하는 학생으로써 매일 밤 다음날 아침 일어날 생각을 하면 숨이 탁 막힌다. 잠에서 덜 깨고, 아침밥으로 인한 엄마와의 다툼으로 머릿속 열기가 식지 않았을 때 지하철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인디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펴면 나름 시간이 기분 좋게 잘 간다. 그 중 최근에 읽은 한 권의 책에 꽂혔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제일 시간이 빨리 간 책이다. 영화로는 보지 않았다, 실망할 것 같아서.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1세기를 산 정치적으로도, 다른 모든 입장에서도 중의적인 노인 ‘알란’이 너무나도 따분한 노인정의 생활에서 충동적으로 탈피하고 싶어서, 창문을 뛰어넘어 무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무한한 삶.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일생, 즉 하나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미쳐 버렸을 것이다.”작가에게 1991년은 세계관의 원점이었다고 한다. 역사를 회의하고 진실을 열망하게 된 분기점이었다. 소설 속 화자는 1991년 5월 투쟁이 끝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대학생이다. ‘나’는 소용돌이 안에서 분투하고 자유를 열망하지만 소용돌이의 밖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를 통해 격정의 90년대를 바라본다. 작품 속에는 1990년대를 살아가는 ‘나’와, 그 주변부의 인물과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역사적 기록에서 조명 받지 못한 개인의 진실을 파고들었다. 소설은 나의 ‘일생’을 다루지만 수많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주인공 뫼르소는 세계 전체에 대한 이방인이다. 그는 책 전반에 걸쳐 다소 냉담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단지 ‘칼날에 비친 태양이 너무 눈부셨다’는 이유만으로 아랍인에게 총을 난사해 죽게 만든 뫼르소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보통 사람은 못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뫼르소는 정말 악인이었을까? 또, 그는 사람들이 흔히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특별한 인물이었을까? 그는 세계에 속하지 못했다. 그건 아주 특별하거나 이상한 현상일까?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물며 막역지우 사이에도 벽 하나 쯤은 존재한다. 우리는 자신의 바깥에 대해 냉담해진다. 뫼르소는 그저 얽혀든 것이다. 혹은 약간 더 냉담했을 뿐. 만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에는 공식 같은 설정이 있다. 잘난 주인공들이 불타는 사랑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이를테면 ‘독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설정’이다. 이러한 대리만족 요소는 로맨스 소설이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0년 넘게 사랑받아 온 ‘로맨스 소설’ 에서는 이러한 공식을 찾아볼 수 없다. 특별히 잘나거나 못난 곳 없는 주인공들은 그저 덤덤히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며 이따금 서로를 무심한 듯 애틋하게 보듬어줄 뿐이다.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성장 소설에 로맨스라는 요소가 가미된 것 같을 정도다. 그러나 감히 추측건대, 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는 그러한
그냥 골랐다. 서점에 들어선 상태였고, 아무 책을 들고 구석에 앉아 읽고 싶었다. 푹신한 카펫 바닥, 조용조용한 인디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공기. 가습기로 적당한 습도를 맞추고, 디퓨저와 책의 냄새로 정화시킨 공기, 그리고 공기를 가르는 페이지를 ‘사라락’ 넘기는 소리. 이 책을 왜 골랐는지 잘 모르겠고, 그저 본능이었다. 표지 색감, 확실히 따뜻하다. 딱딱하고 그립감이 좋은 하드커버, 딱 내 스타일이었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결제가 아깝지 않은 순간은 몇몇 없다. 이 책은 아무런 내적 갈등 없이 카드를 긁게 했다. 나의 개인적 의견이다. 이 서적은 ‘새벽’에 읽기 좋다. 술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들어왔거나, 야구장에서 광기로 응원을 하고 들어와서 느끼는 그런 ‘새벽’이 아니다. 첫 번째 문단에
이 책은 어느 시민기자가 서울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 12명의 인생을 인터뷰하여 만들어졌다.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버티시는 분들에게 나라에서 지원하는 돈은 월 8만 4천원. 호적에 자식들이 기재되어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은 어르신들을 부양하지도 찾아오지도 않는다. 하루에 한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든 분들이 대다수이고 아픈 몸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 또한 혼자서 끌어안고 사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고생하고 희생하셨던 분들을 나라도, 자식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어르신들, 배만 고픈 게 아니에요. 사람이 고프고 정이 고프고 마음도 고픈 거죠.
문화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타 문명과의 접촉 속에서 문화는 성장한다. 새로운 타 문화가 들어오기도 하고, 원래 있던 문화가 사라지기도 하는 과정에서 문화는 변형되고, 재창조된다. 「지도로 보는 문화사」는 역사적인 문명 충돌의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만나는 순간 새로운 문명이 창출되는 시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고전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명들이 타 문화와 만나고, 부딪히는 순간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이 책 역시 ‘문화는 상호 간에 만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성숙해진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 책의 저자 피터 N. 스턴스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발생한 문화 접촉의 순간들을 각각의 지도 위에 담아내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